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의 국민이 늘 마음 한 켠에 두고 있는 것이 지진과 핵에 대한 공포다.
환태평양 지진대에 자리 잡고 있어 수시로 강진을 경험하면서도 `대지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리지 못하는데다 2차 세계대전의 패전으로 이어진 원자폭탄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오후 동북부를 강타한 최악의 강진이 원전 폭발사고로 이어지면서 이런 일본인들의 공포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일본은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다른 어떤 나라보다 지진과 핵에 대한 `트라우마(스트레스장애)`가 심하다.
우선 지진의 경우 대부분 세대가 1995년 발생한 고베 대지진을 겪은 경험이 있으며, 일부 전쟁세대는 1923년 발생한 간토(關東) 대지진에 대한 기억도 남아 있다.
효고현(兵庫縣)의 고베와 한신(阪神) 지역에서 발생한 고베 대지진은 6300명이 숨지고 14조1천억엔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전후 최악의 지진이었으며, 간토 대지진은 무려 10만여명의 사망자를 낸 `대재앙`으로 일본인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일본에서 지진은 일상생활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이번 동북부 강진은 강도나 여진 면에서 최악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에 기록된 규모 8.8은 고베 대지진(7.2)이나 간토 대지진(7.8)보다도 훨씬 강한 것으로, 특히 미국 지질조사국(USGS) 자료에 따르면 강진이 발생한 지난 11일 오후 2시 46분 이후 13일 오전 7시까지 규모 6.0 이상의 강력한 여진만 27차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기간 규모 5.0 이상의 여진은 무려 183회로, 10여 분만에 한 차례씩 일어나고 있는 셈이어서 공포를 더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의 원전 1호기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면서 `핵 공포`까지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원자로의 우라늄 원료 가운데 일부가 녹는 `노심용해(멜트다운)`이 발생하면서 지금까지 90여명이 피폭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일본 정부도 일찌감치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방사성 원소로 노출될 경우 암 등 치명적 질환을 유발하는 물질인 세슘이 폭발사고 이후 검출된 것으로 나타나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사고나 1979년 미국 스리마일아일랜드 사고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1945년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폭
당시 원폭이 투하된 이후 2~4개월간 히로시마에서는 9만~16만6천명, 나가사키에서는 6만~8만명이 각각 숨진 것으로 집계됐으며, 실제 사망자는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당시 생존한 피폭자들이 아직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이번 원전 폭발에 대한 공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속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