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양강 구도'를 형성한 우주개발 분야에 중국이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무서운 기세로 선두권을 뒤좇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재정 압박으로 우주개발 투자에 주춤했던 사이 중국은 세계 2위로 발돋움한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유인우주선, 달 탐사, 화성 탐사, 우주실험실 건설, 독자 GPS 위성망 구축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우주 개발 경쟁에 이제 유럽, 중국, 일본, 인도 등까지 가세하면서 그야말로 우주를 향한 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 중국 = 중국은 2003년 10월 첫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5호를 발사하면서 우주개발의 본격적 서막을 알렸다.
첫 우주인 양리웨이(楊利偉)를 태운 선저우 5호는 발사 후 지구궤도를 14회 선회한 후 21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착륙 예정지점인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유인우주선 성공을 발판으로 중국은 2004년부터 미국의 '전매특허'인 달 탐사로 눈길을 돌린 끝에 2007년 10월 최초의 달 탐사위성인 창어(嫦娥) 1호를 쏘아 올려 달 표면 사진 등 각종 과학 자료를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작년 건국기념일인 10월 1일에는 두번째 달 탐사위성인 창어 2호를 발사해 더욱 정교한 3차원 달 표면 영상자료 등을 확보했다.
중국은 2012년에 무인 탐사선을 먼저 달에 착륙시키고 2017년께 달 토양과 암석을 회수하기로 하는 등 유인 달 탐사선 발사의 사전 단계를 차근차근 밟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달 탐사 기술이 미국의 아폴로호가 달에 착륙했던 때의 수준을 이미 능가했다고 자평하면서 15년 안에 우주인 2∼3명을 달에 보냈다가 안전하게 귀환시키는 것을 다음 목표로 세워두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올해 화성탐사선과 우주실험실 등 발사를 잇따라 예고하는 등 우주개발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11월 러시아의 소유스 로켓에 첫 화성탐사선 잉훠(螢火.반딧불) 1호를 실어 발사할 예정이다. 탐사선을 먼저 개발해 발사와 화성까지의 운반을 러시아에 맡기는 방식이다.
그러나 중국은 별도의 독자적인 화성탐사선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어 2013년께 독자적인 발사체를 이용해 화성탐사선을 발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하반기에는 첫 우주정거장인 톈궁(天宮) 1호가 발사된다.
톈궁 1호는 일종의 실험용 우주정거장으로 이후 발사되는 선저우 8,9,10호와 도킹 연습을 하게 된다. 선저우 8호는 무인 로켓이지만 첫 도킹에 성공하면 이후 9호와 10호에는 우주인을 직접 태워 도킹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2016년께 우주인 상주용 우주실험실 모듈을 발사하기 시작해 2020년께부터 미국과 러시아 등이 주도하는 국제우주정거장과 별도로 우주인이 상주하는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운영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후발주자의 지위에서 완전히 벗어나 거의 전 우주개발 분야에서 미국,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할 수 있게 된다.
◇ 러시아 = 러시아는 미국, 중국 등과의 우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우주 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연방우주청 예산으로 2007년과 비교해 거의 3배에 가까운 35억 달러를 배정했다. 우주 분야 전체 예산으론 79억 달러가 할당됐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최대 수준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우주.항공을 경제 현대화를 위한 5대 핵심산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려 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선 현재 우주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발사체 사업에 역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세계에서 이루어진 74회의 로켓 발사 가운데 31회가 러시아 몫이었다. 올해는 48회 발사가 예정돼 있다.
미국이 4월과 6월로 예정된 두 번의 우주왕복선 운행을 끝으로 유인 우주선 발사를 한동안 중단키로 함에 따라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의 우주인과 화물 운송은 거의 러시아가 도맡게 됐다.
러시아는 2015년까지 미국 우주인을 ISS로 실어다 주는 대가로 7억 5천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 이 돈을 새로운 우주선과 로켓 개발 등에 이용한다는 방침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7일 유리 가가린의 첫 우주비행 50주년을 앞두고 연 우주개발 전망에 관한 정부 관계자 회의에서 "러시아가 우주운송업자 역할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며 "2천억 달러 규모에 이른 국제우주시장에서 러시아의 비중을 더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사체 사업 뿐 아니라 다른 우주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의 표시였다.
러시아는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우주선 '클리퍼'를 내년에 시험 발사할 계획이다. 개발 막바지 단계에 이른 차세대 로켓 앙가라에 실려 발사될 클리퍼는 6명이 탑승하며 재활용이 가능하다.
2015년까지 운송 중량을 증대시킨 새로운 화물 수송용 로켓 '루시-M'을 개발한다는 목표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 현재 카자흐스탄으로부터 장기 임대해 쓰고 있는 바이코누르 우주 기지 외에 극동 아무르 지역에 새로운 우주발사기지 '보스토치니'를 건설하는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2015년까지 기지 건설을 완료해 화물 수송선을 쏘아 올리기 시작하고 2018년부터는 유인 우주선도 이곳에서 발사할 예정이다.
러시아 연방우주청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전 계획보다 10년을 앞당겨 2020년 전까지 달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고, 2030년까지는 달에 우주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2040년까지는 화성에도 우주인을 보낼 예정이다.
현재 진행중인 ISS내 러시아 섹션 건설을 2015~16경 마무리한 뒤 이 곳을 달과 화성 등의 탐사를 위한 전초 기지로 이용한다는 복안이다.
장거리 우주 비행에 나설 우주선에 장착될 핵 엔진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 협력해 2019년까지 핵 엔진을 개발한 뒤 이를 화성으로의 비행에 이용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화성으로의 비행 속도가 20배나 빨라질 전망이다.
◇ 미국 =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지난달 8일 마지막 비행을 마치고 27년간의 임무를 종료했다.
NASA는 나머지 2대의 우주왕복선 인데버호와 아틀란티스호도 올 상반기 내 마지막 발사를 한 뒤 퇴역시킨다는 계획이어서 미국의 우주왕복선 시대는 34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냉전체제가 마감된 이후 우주경쟁을 주도하던 미국이 이처럼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사실상 접는 이유는 최근 경제난과 맞물려 정부의 예산 지원이 원활치 않기 때문이다. 케네디우주센터의 인력이 절반 이하로 감축됐고 유인 우주탐사계획인 `컨스텔레이션' 계획도 사실상 중단됐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새로운 우주개발 패러다임을 통해 우주개발 주도권을 유지한다는 방침으로, 이는 민간주도와 국제협력, 대(對) 중국 견제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NASA의 예산을 민간 우주개발에 투자하는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민간주도의 산업화를 통해 이 분야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복안을 내놨다.
실제 민간 항공기 생산업체인 보잉은 NASA와 공동으로 저지구 궤도 우주선 CST-100을 개발해 민간인들을 상대로 우주비행 기회를 제공하는 `우주여행업' 진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지난 2007년 중국이 인공위성 요격미사일 발사 실험에 성공한 이후 냉전시대의 우주 군비 경쟁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를 감안한 듯 우주탐사 분야에서 경쟁보다는 평화적 협력을 증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미국으로선 최근 급격한 경제력 확장을 바탕으로 우주전략 증강을 서두르는 중국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그레고리 슐트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 2월 우주안보를 위한 10개년 전략인 국가안보우주전략(NSSS) 수립과 관련, "NSSS를 수립한 주요 이유는 여러 국가가 진행 중인 우주무기 개발에 대한 우려 때문이고, 중국이 개발의 선두에 있다"고 언급하며 구소련에 이어 중국이 우주개발 분야의 새로운 경쟁자임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 유럽 = 유럽 우주개발의 중심에는 유럽우주국(ESA)과 에어버스의 모회사인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이 자리하고 있으며, 뒤늦었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우주개발 선두주자인 미국과 러시아를 바짝 뒤쫓고 있다.
유럽우주연구기구(ESRO)와 유럽우주로켓개발기구(ELDO)를 모태로 1975년 15개국이 참여해 설립된 ESA는 프랑스와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등 각국에 본부와 전문센터를 두고 유럽 각국의 우주개발 계획을 단일화해 효율적인 우주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ESA는 그동안 발사체 아리안 개발 및 발사, 우주실험실 개발, 국제우주정거장(ISS) 참여, 위성항법시스템인 '갈릴레오 프로젝트', 화성 탐사선 '마르스 익스프레스' 발사 등 다양한 우주개발 분야에서 잰걸음으로 달려왔다.
ESA를 가장 잘 뒷받침하는 기관과 기업은 프랑스 국립우주개발센터(CNES)과 에어버스의 모회사 EADS이며, 그중에서도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 위치한 EADS 아스트리움은 CNES와 함께 유럽의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최근 순수과학위성과 지구관측위성 등 상업용 인공위성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ESA는 '오로라 계획'에 따른 유인 및 무인 태양계 탐사라는 거대 목표 아래 1단계로 무인우주화물선(ATV)을 개발해 빠르면 2016년 첫 비행을 한 뒤 유인우주선 건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2025년까지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착륙시킨 다음 2033년까지는 태양계의 모든 위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낸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으며, 미국 NASA와 함께 레이저 간섭계 우주 안테나(LISA)도 공동 개발해 2018년에 발사할 예정이다.
◇ 일본 = 일본은 지난 1954년 로켓 실험에 착수, 1975년 첫 자체 개발 로켓을 발사하는 등 50여년의 우주 개발 역사를 바탕으로 오랫 동안 미국, 러시아를 추격하는 우주 강국의 지위를 지켜왔다.
특히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지난 2007년 첫 달 탐사위성 '가구야'를 발사, 세계 최초로 달 전체의 상세 지형도를 제작하는 등 달의 다양한 중요 데이터를 수집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 작년에는 지구와 화성 사이의 궤도를 도는 소행성 '이토카와'에 보냈던 우주탐사기 '하야부사'가 고장과 교신 두절, 궤도 이탈 등 갖은 우여곡절 끝에 7년만에 소행성 미세 입자를 채취해 지구에 귀환, 국민적인 환호를 받았다.
이에 따라 JAXA는 작년 5월 세계 최초의 지구 외 행성 기상관측용 위성인 '아카쓰키(새벽)'와 태양풍을 받아 항해하는 우주범선(요트) '이카로스'를 함께 발사하는 등 다양한 우주 개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다만 JAXA가 오는 2014년에 수성 탐사선을 발사하고 앞으로 10년 안에 유인 우주선을 발사한다는 목표 아래 연구ㆍ개발(R&D)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일본 특유의 신중한 접근법과 대조되는 중국의 '속도전'식 우주 개발로 인해 눈에 띄는 성과 면에서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는 양상이다.
◇ 인도 = 중국, 일본에 이어 우주 개발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아시아 국가는 인도다.
인도는 지난 2008년 10월 자국의 첫 달 탐사위성인 '찬드라얀 1호'를 발사하면서 우주 탐사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찬드라얀 1호는 이른 2009년 8월 예정보다 일찍 통신 두절로 수명을 다해 한때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달에 얼음 형태의 물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성공, 나라 안팎에서 '엄청난 발견'이라는 찬사를 받았
이 같은 성과에 한껏 고무된 우주탐사기관 인도우주연구소(ISRO)는 2013년 후속기인 찬드라얀 2호를 발사해 달에 대해 추가 탐사에 나서고 2016년에는 첫 유인 우주선을 발사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다만 작년 4월 자체 개발한 극저온 엔진(cryogenic engine) 로켓을 이용한 정지궤도위성발사체(GSLV) 발사와 12월 통신위성 GSAT-5P 발사에 잇따라 실패해 다소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