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하는 대학 진학까지 포기하면서 '엄마' 역할을 대신하는 한국 유학생의 이야기가 화제다.
미국 일간 새크라멘토 비는 20일 미 캘리포니아 어바인 콘코디어 대학 간호학과에 재학중인 수지 김(22)이 지난 5개월간 한국으로 돌아간 부모님 대신 여동생들을 돌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지는 새벽 5시에 일어나 한 시간 공부한 뒤 동생들을 깨우고 아침과 점심도시락을 준비한다.
아침식사 후 미니밴으로 막내 새라(16)를 7시까지 학교에 데려다 주고 도보로 대학에 가 오전 7시30분에 시작하는 생화학강의를 듣는다. 담당 교수는 그녀가 5∼10분 정도 늦는 것을 용인해 준다.
둘째 서니(20)은 선천적인 학습장애를 가지고 있어 장애인을 위한 직업훈련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인턴십을 하는 슈퍼마켓 또는 유아원으로 출근한다.
수지는 보통 여대생과 다름없이 보이지만 사실 가족들에 대한 걱정이 가득하다.
그녀는 동생들을 돌보는 이유에 대해 "동생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고 싶다"며 "지금이 동생들의 인생에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동생들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동생들이 나와 똑같은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수지는 부모들이 자신들을 더 좋은 교육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얼마나 희생했는지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지의 부모는 모두 의사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둘째 서니가 다닐 수 있는 적합한 학교를 구하지 못해 미국으로 이주했지만 2005년 가족 모두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언어문제로 미국 의사자격증 획득에 애를 먹었고 결국 생활비 문제 등으로 인해 아버지는 2007년, 어머니 역시 지난해 11월 귀국했다.
이런 가운데 수지는 꼭 가고 싶었던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간호학과 편입에 성공했지만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인근 대학으로 옮겼다.
올 1월에는 아버지 김씨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 전이 여부 등 검사가 진행중이다.
이들 세자매는 현관문에 붙어 있는 아버지를 매일 만나고 있다. 아버지는 웃는 얼굴로 "오늘도 잘 지내(Have a good day!)"라고 말하고 있다.
이혜리 인턴기자 (hyelis25@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