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야스쿠니 참배가 美 자극할까 우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일 오전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행, 주변국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이번 참배 강행이 미국의 심기를 자극할까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6일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중국과 한국뿐만 아니라 수상에게 냉정한 대응을 요청해 온 미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대미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일·미 동맹에 힘입어 센카쿠제도(尖閣諸島, 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정부는 전략을 새롭게 세워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 해당 언론의 분석.
또한 중국 측이 공식적으로 일본을 비판하면 미국도 국력이 확대된 중국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결국 일본이 고립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무부 등 관련 당국은 크리스마스 휴일이어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은 조만간 주일 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번 사안에 대한 첫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리 정부 측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방침이 확인된 직후 외교 채널을 통해 이번 사태가 몰고 올 양국 관계의 악영향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다.
휴가 중인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 대신 쿠라이 타카시 총괄공사를 외교부로 불러 강력히 항의하고 이병기 주일한국대사도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을 일본 외무성에서 만나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 역시 강력히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의 친강 대변인은 오늘 담화문을 통해 일본의 지도자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과거 군국주의 시절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행위이며 역사적 정의와 인류의 양심에 대한 도전이라며 강한 분노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도쿄 중심가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는 근대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현재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6000여명이 합사돼 있다.
[최익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