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24·한국)가 퍼팩트 연기에도 불구하고 편파판정 의혹으로 아쉽게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에 따라 국내·외에서 판정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김연아는 2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4.19점을 획득, 전날 1위를 차지한 쇼트프로그램 점수(74.92점)를 더해 합계 219.11점으로 은메달을 땄다.
금메달은 개최국 러시아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에 0.28점 뒤져 2위에 올랐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24.59점)가 가져갔다.
이로써 2010년 밴쿠버 대회 금메달리스트 김연아는 올림픽 2연패의 꿈이 좌절됐다. 그리고 은메달을 목에 건 채 선수로서의 마지막 무대에서 내려왔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 이어 이날도 김연아의 점수는 경쟁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박한 편이었다.
특히 러시아의 금메달 후보로 꼽히던 새별 율리야 리프니츠카야가 부진한 사이 복병으로 떠오른 소트니코바에 대한 점수는 지나치게 후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물론 외신에서도 김연아와 소트니코바의 수행점수(GOE)와 스텝 시퀀스에서의 레벨 등을 비교하며 판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단 소트니코바에게는 GOE를 많이 줬고, 김연아에게는 줘야 할 GOE를 안 줬다는 것이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정재은 대한빙상경기연맹 심판이사는 소트니코바가 실수를 저지른 한 차례 연결 점프를 제외하면 모두 1점 이상의 GOE를 받은 것을 거론하며 "1점대 중반 이상의 높은 GOE도 너무 많다"고 의문스러워했다.
그는 반대로 김연아에게 전체적으로 낮은 GOE가 나왔다며 "점프의 공중 회전시 자세의 변화나 비거리·높이, 끝난 뒤 다음 동작과의 연결, 음악과의 조화 등 8가지기준 중 4개를 채우면 2점, 6개를 채우면 3점의 GOE를 준다"며 "소트니코바가 3점을많이 받은 반면 김연아에게 1∼2점의 GOE가 많았는데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변성진 KBS 해설위원은 "소트니코바가 언제 다시 이런 점수를 낼 수 있을지 지켜보라"면서 "오늘은 김연아가 진 것이 아니라 러시아가 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날 김연아는 첫 요소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1.60점, 코레오 시퀀스에서 1.50점의 GOE를 받은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분에서는 대부분 1점대 초반이나 그 아래의 GOE만 받았다.
반대로 소트니코바는 명확한 실수를 저지른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더블 루프콤비네이션 점프에서만 0.90점을 감점받았고, 나머지 점프에서는 1점 이상의 GOE를 받았다.
그것도 트리플 루프에서 1.60점,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1.80점, 스텝 시퀀스에서 1.70점 등 1점대 후반의 GOE를 수차례 받았다.
프랑스 스포츠 전문지 레퀴프는 이날 결과에 '스캔들'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미국 경제 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은 김연아의 점수가 발표되자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미국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은 "소트니코바가 심판 판정 덕에 러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여자 피겨 금메달리스트가 됐다"며 "이는 피겨스케이팅 사상 가장 의문스러운 판정"이라고 단언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홈 아이스 어드밴티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려소트니코바가 채점에서 다소 홈 이점을 챙겼다고 분석했다.
한편 김연아는 "올림픽 금메달이라면 목숨도 걸 수 있었던 밴쿠버 올림픽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정해놓은 목표가 없다는 게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다"며 "간절함과 목표의식이 없어서 훈련할 때 동기부여가 잘 안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준비하면서 체력적, 심리적 한계를 느꼈는데 이겨내고 했다"면서 "내 경기력에는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또 "연기를 마치고서는 '끝났다'는 생각만 들었다"면서 "너무 힘들어서 빨리 지치고 힘들었는데, 끝까지 쓰러지지 않고 해서 기뻤다"고 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소트니코바는 "내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라며 "오늘 경기장에 나서면서 내가 얼마나 스케이트를 사랑하는지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이 목표였다"며 "솔직히 말해 금메달이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기뻐했다.
러시아 홈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팬들의 응원이 대단했다"며 "응원 소리가 워낙 커서 (스케이트를) 잘 타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올해 러시아 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소트니코바는 "오늘 완전히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며 "예전 같으면 경기 시작 전에 무척 긴장했을 텐데 오늘은 매우 마음이 편안했다"고 일찌감치 우승에 대한 예감이 온 것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 사진 출처 = MK스포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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