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진행중인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침해 소송 1심 법정 공방이 29일(현지시간) 양측 최후변론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배심원단은 선서를 한 후 바로 평의에 착수했으며 이르면 30일 평결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에서 루시 고 판사가 주재한 제2차 '애플 대 삼성전자' 사건 최후변론은 애플-삼성-애플 순서로 진행됐으며 양측에는 2시간씩 시간이 주어졌다.
애플 측 변호인 해럴드 맥엘히니는 지난 2007년 초 아이폰 발표 장면을 보여 주며 최후변론을 시작했다.
이달 1일 모두변론과 같이 '애플의 혁신'을 삼성이 베꼈다는 인상을 주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는 애플 측 5개 특허를 차례로 제시하면서 삼성이 이를 고의적(willful)이고 의도적(intentional)으로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구글은 이번 사건 피고가 아니다"라며 문제가 된 제품 특징들이 구글 안드로이드에 기본으로 포함됐던 것이라는 삼성 측 항변을 전면 반박했다.
맥엘히니는 "이번 소송을 낸 것은 애플로서는 마지막 선택"이라며 "3700만건의 특허침해에 대해 배심원들이 정의를 세워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맞선 삼성 측은 변호인 4명을 잇따라 등장시켰다.
빌 프라이스는 이번 사건이 억지로 만들어진 사건(made up case)이라면서 애플 측이 무리한 배상액을 요구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배심원들의 분노를 일으키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애플이 내세운 특허 중 일부는 아이폰에 사용되지도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애플 측의 '베끼기' 주장이 억지라는 삼성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등장한 데이비드 넬슨은 특허들의 기술적인 측면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배심원들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으며 케빈 존슨 변호인은 삼성 측의 특허 2건을 애플이 침해했다는 반소청구의 내용을 설명했다.
삼성측 마지막 변호인으로 나선 존 퀸은 "우리는 애플에 단 한 푼도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하면서 애플 측 배상 주장과 특허 침해 주장이 상식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그는 엄청나게 빠른 말투로 배심원들에게 변론을 펴면서 애플 측 전문가 증인의 손해배상액 산정에 신빙성이 없다고 공박하고 "여러분들의 상식을 믿으라"고 강한 어조로 얘기했다.
이어 애플 측 마무리로 나선 빌 리 변호인은 "사실관계와 법은 애플의 편"이라고 주장하며 20여분간 재반박 변론을 폈다.
그는 막판에 "애플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감사한다"며 이번 재판에서 증언한 애플 임직원들의 사진을 보여 주면서 "이들은 우리가 통신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고 삼성은 이들의 업적을 '뻔한 것'(trivial)이라고 불렀지만 특허는 공정한 경쟁을 하려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측은 애플 측 최후 변론 도중 5차례 이의를 제기했으나 재판장은 이를 전부 기각했다.
재판장은 4번째 이의 제기를 받고 "만약 계속 발언을 가로막는다면 애플 측에 추가 시간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으나 실행하지는 않았다.
이번 소송에서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낸 본소 청구액은 21억9000만달러(2조2700억원)로 삼성이 애플을 상대로 낸 반소 청구액은 623만달러(64억6000만원)다.
이번 재판의 평결은 빠르면 30일, 늦어도 5월 초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재판장은 배심 평결이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앞서 제기된 제1차 '애플 대 삼성' 소송에서는 삼성이 애플에 9억2900만달러(9900억원)를 배상토록 명하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이 1심에서 나왔다. 하지만 쌍방이 이에 대해 항소해 사건이 연방항소법원에 계류중이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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