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소마탄광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 4일째에 들어서는 상황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 측가 잇따른 부적절한 언행에 나서면서 민심에 들끓고 있다.
터키 현지 좌파 계열 신문인 에브런셀은 15일(현지시간) 사고 이틀째 에르도안 총리가 사고 발생지인 소마탄광 지역을 방문했다가 성난 시위대를 피해 슈퍼마켓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한 소녀를 폭행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신문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분명하게 알아보긴 어렵지만 에르도안 총리가 누군가에게 팔을 휘두르는 듯한 모습이 담겨있다.
신문은 한 소녀가 "내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무엇 하러 여기 왔느냐"고 외쳤고 총리가 소녀를 연거푸 때렸다고 전했다.
소마에 사는 타네르 쿠르카라는 청년은 현지 방송 '카날디'에 출연해 당시 총리에게 맞은 것이 자신이라고 밝히면서 "총리가 본의 아니게 뒷걸음질치던 나를 때렸다고 생각하기에 고소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야당은 일제히 총리를 비난하고 나섰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규르셀 테킨 부대표는 "이것이 우리가 잘 아는 총리의 모습"이라며 "그는 모두에게 예의를 강조하지만 그 자신은 추태를 부린다"고 지적했다.
제2야당인 민족주의행동당(MHP) 부대표는 문제의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린 뒤 "언젠가 당신이 희생시킨 국민의 철권이 당신의 머리 위에 쏟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동영상에 나타난 상황을 정확히 알아볼 수는 없지만 에르도안 총리가 극도로 적대적인 군중과 맞닥뜨렸음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앞서 소마탄광을 방문한 기자회견에서 "이런 사고는 일어나곤 하는 일"이라면서 지난 1800년대 영국에서의 탄광 사고를 예로 들어 유족의 분노를 샀다.
이후 총리 일행과 시위대의 충돌 과정에서 총리 보좌관인 유수프 예르켈이 경찰에 제압당한 시위 참가 남성을 걷어차는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돼 정부에 대한 반감이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예르켈 보좌관이 걷어찬 남성은 이번 사고로 숨진 광부의 친척이라는 인터넷 매체의 주장도 소개했다.
총리실은 이에 대해 예르켈의 "개인적 문제"라는 태도를 일관했다.
터키 마니사주 소마탄광에서는 지난 13일 오후 폭발사고가 발생해 지금까지 283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사고 당시 787명이 탄광에 있었고 383명이 구조돼 현재 탄광에 갇혀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는 120여명이라고 발표했다.
노동·사회안전부는 사고 탄광이 지난 2012년부터 올해 3월까지 다섯 차례나 안전점검을 받았지만 위반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또 터키 4대 노조는 비용 절감에 노동자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며 탄광 사고
소마 탄광과 남쪽으로 100㎞ 떨어진 이즈미르에서는 2만명이 거리로 나와 정부·여당과 탄광회사를 상대로 항의 시위를 벌였으며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에서도 수천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프랑스 AFP통신은 보도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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