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 공방이 국제적으로 확대됐다.
20일 싱가포르 일간 더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 총리실 언론담당관인 창 리 린은 리 총리 명예훼손 소송과 관련해 비판의 글을 올린 국제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최근 반박 서한을 보냈다.
이코노미스트 온라인판은 13일 아시아 정치 문화를 논하는 '반얀 블로그'에 글을 올려 리 총리가 시사 블로거 로이 은겅(33)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제소한 것은 단기적으로 정부에 유리할 수 있으나 싱가포르의 온라인 토론을 억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겅 씨는 지난달 15일 자신의 블로그 '심금을 울리는 진실'(The Heart Truths)에서 리 총리가 국부펀드 CPF를 운영하면서 기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가 리 총리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제소당했다.
리 총리 측은 은겅 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글의 삭제와 사과를 요구했고,은겅 씨는 입장을 굽히지 않다가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위협에 굴복해 사과와 함께 글을 삭제했다.
은겅 씨는 또 손해배상금으로 5000싱가포르달러(약 400만 원)를 제안했으나 리 총리 측은 그가 사회적으로 이름을 알리려고 리 총리의 명예를 계획적으로 훼손했다며, 이의 심각성에 비춰볼 때 손해배상금이 적다며 거절했다.
이후 은겅씨는 소송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온라인 모금에 나섰으며, 예상 소송비용 7만 싱가포르달러를 훨씬 넘는 8만 싱가포르달러(약 6천500만 원) 이상을 모금했다.
창 담당관은 이코노미스트에 보낸 편지에서 "은겅 씨가 리 총리 명예를 근거 없이 훼손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명예훼손 혐의가 아니라 분명한 명예훼손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창 담당관은 지난 17일 은겅 씨와 인터뷰를 한 호주 ABC 방송에도 해명을 요구했다.
ABC방송이 은겅 씨는 정부에 질의했기 때문에 제소당했고, 2년 형에 처할 수 있다고 보도한 데 대해 창 담당관은 은겅 씨가 제소당한 것은 정부에 질의했기 때문이아니라 이 총리가 CPF펀드를 횡령했다고 근거 없이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에서 1인당 소득이 가장 높은 싱가포르는 언론 자유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받으며 특히 정부가 거액의 손해배상 위협으로 언론을 억압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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