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동부 라호르 인근 국경검문소에서 2일(현지시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 최소 60명이 숨지고 110명 이상 다쳤다고 파키스탄 일간 '돈'(Dawn) 등이 3일 전했다.
희생자 중에는 여성 10명, 어린이 7명이 포함됐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인근 병원으로 옮긴 부상자 가운데에도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늘어날 수 있다고 당국은 우려했다.
자폭공격은 이날 오후 6시 15분께 파키스탄 라호르와 인도 암리차르 사이에 있는 와가 국경검문소의 파키스탄 쪽에서 일어났다.
이곳은 양국 국경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곳으로 매일 오후 양국 국기 하강 행사가 장중하게 펼쳐지기에 이를 구경하기 위해 수천 명의 인파가 몰린다. 이날도 8000여 명이 국기 하강식을 보려고 이곳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18∼20세로 추정되는 자살폭탄 테러범이 국기 하강식 행사장에서 600m 떨어진 노점 부근에서 자신의 몸에 두르고 있던 15㎏ 상당의 폭약을 터트렸다고 밝혔다.
아민 와인스 라호르 경찰국장은 "관중이 와가 검문소에서 구경을 마치고 발길을 돌리고 있을 때 폭발이 있었다. 볼베어링들이 현장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타히르 자베드 칸 펀자브주 무장순찰대장은 "검문 때문에 행사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테러범이 행사가 끝나고 관중이 밀려나오는 순간 자폭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테러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의 손자 이맘 후세인의 순교(서기 680년)를 애도하는 아슈라를 맞아 파키스탄 전역에 비상 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발생했다.
테러를 자행한 주체에 대해 파키스탄 당국의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세력 3곳이 서로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파키스탄군이 지난 6월부터 파키스탄탈레반(TTP) 소탕전을 벌여 TTP 조직원 1100명 이상이 사망한 가운데 TTP의 그늘에 있던 세력들이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먼저 지난 9월 파키스탄탈레반(TTP)에서 독립한 강경 분파 TTP 자마툴 아흐랄('자유의 전사'라는 뜻)이 이번 테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 조직의 에흐사눌라 에흐산 대변인은 "정부군의 TTP 소탕전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공격했다"며 "관련 영상을 곧 공개하겠다"고 '돈'과 전화 인터뷰에서 밝혔다.
지난해 11월 미국 무인기 공격으로 숨진 TTP 지도자 하키물라 메수드를 추종하는 TTP의 다른 분파는 메수드의 복수를 위해 자신들이 공격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북서부 페샤와르의 기독교회 앞에서 자폭 테러를 저질러 78명을 살해한 TTP의 또다른 분파 '준둘라'(신의 아들)도 이번 공격을 자신들이 했다고 주장했다.
나와즈 샤리프 대통령을 비롯해 제1야당인 파키스탄인민당(PPP)의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 대표, 제2야당인 테흐리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악랄한 테러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국경지역 경계를 강화했으며 앞으로 3일 이상 국경에서 국기하강식을 하지 않기로 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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