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에 앞장서온 유명 러시아 배우가 모스크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현지 수사 당국은 배우 알렉세이 데보트첸코가 5일 저녁(현지시간) 모스크바 북부에 있는 자택에서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친구가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깨진 가구 유리 조각에 입은 상처로 과다출혈을 일으키면서 숨진 것으로 보고 있으며 타살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연방수사위원회 대변인도 "시신 조사 결과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위원회 관계자는 "최근들어 데보트첸코가 술을 많이 마셨고 사고 당일도 그가 술에 취해 넘어지면서 머리를 유리에 부딪혔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친정부 매체인 라이프뉴스는 빈 위스키병과 마약의 일종인 페나제팜이 시신 옆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경찰은 타살이 아닌 단순 사고사로 본다고 밝혔지만 데보트첸코가 워낙 푸틴 반대 활동을 공개적으로 벌여왔던 터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모스크바 체홉극장 소속 배우이면서 인기 TV 드라마 '폭력적인 페테르부르크', '도살 세력' 등에 출연해 탤런트로도 인기가 높았던 데보트첸코는 2011년 그 전에 러시아 정부가 수여했던 공훈예술가 칭호와 두 차례의 상을 거부하면서 주목을 끌었습니다.
당시 그는 현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라이브 저널(Live Journal)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푸틴이 수여한 두 차례 국가 상의 수상자가 되고 싶지 않다"며 상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면서 "푸틴의 거짓말과 가식, 합법을 가장한 도둑질과 수뢰 따위를 참을 수없다"고 공개적으로
그는 또 동료 배우들에게 거짓말을 일삼는 친정부 매체와 인터뷰를 거부하고 크렘린이 연관된 행사에는 참석하지 말라고 권유했습니다.
반정부 성향의 러시아 재야 단체 '통합시민전선' 회원인 데보트첸코는 여러 차례 야권의 반푸틴 시위에 참가했고 지난 3월에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하는 영화인 성명에도 서명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