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11일(현지시간) 2015회계연도(올해 10월1일∼내년 9월30일) 예산안을 시한이 임박해 가까스로 가결, 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치) 사태를 모면했습니다.
상원도 이르면 12일 예산안을 처리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넘길 것으로 점쳐집니다.
↑ 사진=MBN |
하원은 연방정부의 셧다운 시한을 불과 두어 시간 앞둔 이날 밤늦게 예산안을 전체회의 표결에 부쳐 찬성 219표, 반대 206표로 가까스로 통과시켰습니다.
또 상원 심의·표결 및 오바마 대통령 서명 등 남아 있는 절차를 위해 이날 자정까지 유효한 잠정예산안을 이틀간 연장하는 초단기 예산안도 구두 표결로 별도 통과시켰습니다.
미국 하원이 이날 처리한 1조1천억 달러 규모의 예산안은 잠정예산안(CR)과 통합예산안(옴니버스)을 합친 '크롬니버스'(CRomnibus) 예산안으로 불립니다.
상·하원 세출위원장인 바버라 미컬스키(민주·메릴랜드) 상원의원과 핼 로저스(공화·켄터키) 하원의원 등 협상팀이 초당적으로 마련한 합의안입니다.
대부분 연방정부 기관에 대해서는 2015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9월까지의 통합 예산을 배정하되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 시행 부처인 국토안보부는 내년 2월17일까지의 잠정예산만 집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400만 명의 불법 체류자를 구제하는 내용의 오바마 대통령 이민개혁안을 무산시키기 위해 이를 예산안과 연계함으로써 셧다운도 불사해야 한다는 공화당 내 강경 티파티 세력의 주장과 모든 정부 기관을 포괄한 통합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민주당 입장을 절충한 셈입니다.
그러나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감독을 규정한 2010년 도드-프랭크법을 완화하고 부유층의 선거자금 기부 한도를 확대하자는 공화당의 주장이 합의안에 대거 반영돼 진보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막판까지 처리에 진통을 겪었습니다.
금융 규제 완화 등에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법안이 의회에서 처리돼 넘어오면 서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조 바이든 부통령, 일부 부처 장관 등이 총동원돼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셧다운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럼에도,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다수가 독소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면서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공화당은 찬성(162명)이 반대(67명)보다 많은 반면 민주당은 반대(139명)가 찬성(57명)을 압도했습니다.
사사건건 부딪쳤던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하원의장이 같은 편에 서고 오바마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펠로시 원내대표가 반대편에 서는 기현상이 발생한 셈입니다
펠로시 대표는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의 '공갈 법안'을 수용하기로 한 데 대해 크게 실망했다"며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을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미국 상원도 이날 밤 구두표결로 이틀짜리 초단기 잠정예산안을 가결처리했습니다.
해리 리드(네바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크롬니버스 예산안'에 대한 심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