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들이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를 뜻하는'그렉시트'에 대비해 비상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과거 리먼브라더스 파산 쇼크 때처럼 갑작스런 유동성 압박사태에 대비해 자본을 확충하고 그리스 옛 화폐가 통용되는 외환거래 시스템도 본격 검토에 나선 것이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시티은행 지주회사인 시티그룹과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영국 자금중개회사인 ICAP 등이 그렉시트가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스테스트는 그렉시트 발생시 유동성이 축소되는 정도와 취약 자산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위한 것이다. 아울러 은행들은 그렉시트 이후 14년 만에 재등장할지 모를 드라크마화(그리스 옛 화폐)가 통용되는 외환거래 시스템도 검토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역내 대형은행에 대한 자본 확충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자본확충 기준을 유로존 대형 은행들에게 개별 공지하고 이번 주까지 시간을 줬다고 보도했다. ECB의 은행권에 대한 자본 확충 요구 내용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은 75억유로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어 프랑스의 BNP파리바 소시에테제네랄과 독일의 도이체방크·코메르츠방크도 자본 확충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그리스는 오는 25일 조기 총선을 치르는데 최근 지지율 조사 결과로는 급진좌파 정당인 시리자가 승리할 공산이 크다. 시리자는 표면적으로 그렉시트 가능성을 부정하지만 구제금융 재협상, 국가채무 상각 등을 주장하고 있다. 따라
대다수 전문가는 그렉시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그리스인의 74%가 유로존 잔류를 희망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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