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 들어가는 센서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 장착된다. 생뚱맞게 들리지만 이 센서는 지금껏 어떤 최첨단 기술도 해내지 못한 일을 수행하게 된다.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는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 1호기 격납건물(원자로를 보호하고 있는 건물)에 '뮤온 검출기'를 장착해 내부 관찰을 시작한다고 최근 밝혔다.
물질을 통과하는 성질을 가진 뮤온은 작은 입자로 우주에서 날아오는 '우주선(線)'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손바닥 위로 1초에 1개 뮤온이 떨어진다. 1.5V 건전지 30억개를 연결했을 때 발생하는 전압(40억 eV)을 갖고 있는데 사람의 몸은 그냥 통과해 버리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 그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투과력 좋은 뮤온도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핵물질을 만나면 휘어지게 된다.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는 뮤온의 이런 성질을 활용해 원전에 뮤온 검출기 장착하고 붕괴된 원전 내부 상황을 파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은 폭발 당시 방사성 물질인 핵연료가 땅으로 떨어져 당장 패쇄해야 하는 상황이다. 원전을 안전하게 폐쇄하려면 그 내부를 먼저 파악해야 하는데, 뜨거운 열기와 방사선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첨단 로봇까지 동원해봤지만 매번 실패하고 말았다.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는 격납건물 양쪽에 뮤온 검출기를 장착한 뒤 우주에서 날아오는 뮤온이 원전을 지나면서 어떻게 방향이 바뀌는지를 분석해 핵연료가 어떤 형태로 놓여있는지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센서 장착 후 한달이면 원전 내부 스캔이 가능하다”며 "지난 4년간 하지 못했던 일을 단 한 달만에 해낼 수 있다”고 했다. 이미 한국도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 연구진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뮤온검출기를 제작해왔으며 성능을 대폭 강화한 검출기도 자체 개발했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기초과학에 투자한 성과는 언제 어떤 식으로든 인간의 삶에 도움을 준다고 지적한다. 1833년 마이클 패러데이가 '패러데이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어디에 활용할 수 있냐”며 의아해했다. 패러데이 조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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