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시장인 중국에서 수해전 반일감정이 치솟으면서 실적부진에 시달린 일본차 업계가 자세를 낮추는 동시에 현지화된 신차 모델을 대거 쏟아내면서 생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달 중국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중국승용차 시장서 일본차는 약 310만대가 팔렸다.
이는 판매목표량인 400만대의 80%도 못 미치는 수치다.
도요타는 전년대비 12.5% 증가한 103만대를 팔며 약진했지만, 중국차 시장서 점유율이 가장 큰 닛산은 122만대(0.5% 증가)를 파는데 그쳤다. 일본차가 전체 승용차시장서 차지하는 비율도 전년대비 0.64% 하락한 15.71%에 머물렀다.
1위인 독일이 20%인 점을 감안하면 4% 이상 차이가 벌어진 셈이다.
과거 한때 일본차는 시장점유율 22~23%를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 우세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 종주국으로 관성화된 전략과 외국 경쟁사 진입 등으로 점차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설사가상으로 센카쿠열도 분쟁이 터져 중국 내 반일감정이 높아지자 2012년 처음으로 독일차에게 밀려 업계2위로 내려앉았다. 이후 2013년 도요타는'라브4' 등 신차를 출시하는 등 전략을 수정했고 그 해 11월 독일을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하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독일차의 약진, 중국 승용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로 예상 외 초라한 성적표를 냈다.
올해 일본차 업계의 전략은 '구밀복검'이다.
자세를 낮추고 내실을 다지며 차근차근히 독일차를 따라잡겠다는 것이다.
우선 일본차 업계는 일제히 판매목표량을 조정했다. 닛산은 올해 판매목표치를 작년목표치보다도 10만대 낮은 130만대로 낮췄다. 도요타도 작년과 똑같은 110만대를 유지했다. 혼다, 마쯔다, 스즈키도 판매목표량을 과도하게 설정하지 않을 계획이다. 동시에 SUV시장 공략에 나섰다. 전체 중국 승용차시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10% 이하로 성장률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SUV시장은 2~30대 중국 젊은층의 인기를 바탕으로 36.4%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그동안 중국 SUV시장은 독일이 절대강자였다. 폭스바겐이 내놓은 SUV차량 '티구안'은 작년에 약 24만대가 팔려 중국 SUV시장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0월 폭스바겐이 차축 결함문제로 중국 내 판매차량을 리콜하면서 안전성 문제가 부각됐다. 작년 12월 티구안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2.5% 감소한 1만5000대에 불과하다.
일본차가 이 틈을 파고들고 있다. 혼다 자회사인 '광치혼다'가 내놓은 1.8L모델 '베젤'의 올해 1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1.6% 증가해 3만4000대를 기록했다. 향후 혼다는 자사의 두 합자회사인 광치혼다와 동펑혼다를 서로 경쟁시켜 시장점유율을 높일 예정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혼다자동차는 이번에 중국서 처음으로 중국인 전용 모델 '제이드 미니벤'을 선보인다.
혼다가 제네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처럼 중국인 전용차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존심이 쎄기로 유명한 일본차 메이커들이 해외시장서 로컬 모델을 따로 선보이는 것은 상당히 이례
닛산은 디젤 SUV인 '캐시카이'개량판을 올해 안에 내놓을 예정이다. 도요타도 안전벨트 문제로 리콜했던 SUV차량 '하이랜더'를 손봐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 경제전문매체 이차이는 "일본차가 낮은 자세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며 "향후 SUV시장이 접전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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