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억류돼 77일째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여성 조종사 나데즈다 사브첸코(34) 석방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건강이 악화된 사브첸코가 사망이라도 한다면 최근 정전협정으로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다시 불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진영은 사브첸코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자국인을 사망케 한 범죄자를 재판도 없이 돌려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6일"사브첸코의 건강을 우려해 러시아 당국이 긴급히 석방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검찰은 사브첸코가 지난 6월 동부 분쟁지역인 루간스크에서 박격포 포격을 요청해 현장에 있던 러시아 기자 2명을 숨지게 한 살인혐의로 기소했다.
크렘린은 사브첸코가 순순히 재판에 응하지 않고 단식으로 저항하자 곤혹스러워졌다. 보리스 옐친 집권시절 부총리를 지낸 야당 정치인 보리스 넴초프는"만일 사브첸코가 죽기라도 한다면 푸틴의 정치생명은 끝나는 것이고 감옥에 가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러시아에서도 푸틴에게 사브첸코 석방을 요청하는 탄원서가 1만장이 넘어섰다. 이들은 "러시아에서는 오랫동안 사면이라는 위대한 전통이 있었다”면서 "사브첸코 생사가 달려있는 사면을 푸틴이 단행해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단식투쟁이 장기화하면서 사브첸코에 대해 러시아에서도 동정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사브첸코는 지난해 불거진 우크라이나 동부 내전에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지난해 6월 친러시아 반군에 체포돼 모스크바로 이송됐다. 오는 5월 13일까지 수감하면서 재판을 받는 처지다. 사브첸코는 우크라이나 최초 여성 공군 조종사로 원래부터 지명도가 높았다.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총선에서 야당인 조국당의 비례대표 의원 후보 명단 1순위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의원 당선 소식을 모스크바 감옥에서 접했다. 사브첸코는 감옥으로 전달된 의원 취임 선서문에 서명하면서 현재는 군인 신분은 아니다.
키예프 출신인 그녀는 키예프국립대학 언론학부를 나온 재원으로 졸업후 군복무에 매력을 느껴 계약군인으로 종사했다. 어릴 적 꿈인 공군조종사 일을 위해 이후 우크라이나 공군대학을 나왔고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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