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언론인들이 연이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혐의로 실형을 받거나 압수수색을 당하는 일이 일어나 국내외적으로 언론탄압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부 도시 아다나 법원이 페이스북에 대통령을 모욕한 글을 올렸다는 혐의를 인정해 지방신문 기자인 미네 베키르올루에 징역 5개월 형을 선고했다고 터키 도안 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키르올루 기자는 자신이 쓴 글은 비판이지 모욕이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은 또 이날 아다나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혐의로 지한 통신의 압둘라 외즈유르트 기자와 전직 기자인 아이테킨 게지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외즈유르트 기자는 “SNS에 공유한 메시지에 모욕은 없다”며 “의견을 표현한 것이며 비판에 누구의 이름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저명 언론인으로 ‘빅 보스’란 책을 쓴 무스타파 호시는 전날 이 책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변호인 아흐메트 외젤 변호사는 지난 9일 ‘빅 보스’에 언급된 내용으로 인권이 침해됐다며 호시를 고소했다. 터키 정론지로 평가받는 줌후리예트는 이날 자사의 엠레 되케르 기자도 대통령의 비리 의혹과 관련한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모욕 혐의로 고소됐다고 보도했다.
도안 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8월 이후 지금까지 70여명이 대통령 모욕죄로 기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모욕죄로 기소된 사례는 언론인 외에도 인스타그램에 대통령을 풍자한 잡지의 기사를 공유했던 미스 터키 출신의 모델과 10대 학생들도 포함된다. 터키 일간 자만은 국제투명성기구(TI) 터키 지부가 지난 2월 터키의 언론인 1만1천여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인용해 언론인의 86%는 정부의 검열이나 자기검열이 만연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설문에서 ‘부패 사건을 보도하면 어떤 일이 생길 것으로 예측하느냐’는 질문(중복 답변)에 ‘민·형사상 피소’라고 답한 응답자가 78%였으며 ‘해직 또는 협박’(78%), ‘구속’(60%), ‘거액의 벌금’(65%) 등으로 조사됐다.
터키 일간 휴리예트는 미국 상원의 찰스 슈머 의원을 비롯한 73명이 전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터키 정부의 언론 개입과 검열을 중단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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