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은행인 공상은행(ICBC)이 상업은행으로선 최초로 온라인 금융상품을 내놓았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기업이 인터넷 금융시장을 장악하자 ICBC가 오프라인 일변도에서 온라인-오프라인 투트랙 전략으로 방침을 전환한 것이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ICBC는 ‘E-ICBC’(중국명 ‘롱E항’)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설했다. 고객은 플랫폼에 접속해 제테크, 보험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심지어 관련 상품을 거래할 수도 있다. 특히 공상은행 계좌를 보유하지 않아도 자신의 휴대폰 번호나, 타 은행계좌를 통해 플랫폼 접속을 할 수 있게해 사용자 편의성을 도모했다. 이외에도 예금, 온라인 결제 등도 해당 플랫폼에서 할 수 있게 해 모든 인터넷 금융기능을 집적시켰다.
4억6000만명의 오프라인 고객을 보유한 공상은행이 발빠르게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한 이유는 IT기업이 인터넷금융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자회사 알리페이를 통해 전자상거래 결제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또한 머니마켓펀드(MMF)인 위어바오 수익률을 4%대 이상으로 보장하며 고객을 끌어들였다. 현재 상업은행은 당국 규제로 3.3% 예금금리를 맞출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형 SNS업체인 텐센트는 빅데이터와 금융을 결합한 인터넷은행인 ‘위뱅크’를 올초 내놓았고, 1위 포털 바이두 역시 금융서비스 전문플랫폼인 ‘바이두차이푸’를 내놓으며 금융업에 진출한 상태다.
이번 공상은행 금융상품의 강점은 ‘고정금리’ 우선정책이다. 고객은 E-IBC에 예금한 금융상품을 중도해지 할 시 기존에 약정했던 고정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최근 인민은행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다수 인터넷은행은 ‘변동금리’를 적용해 손해를 최소화하고 있는 상태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있는 공상은행이 고정금리 우선정책을 펴서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공상은행이 인터넷금융 상품을 내놓았다고 해도 근본적인 성격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궈톈용 중국재정대하교 은행연구소 주임은 “대형 상업은행은 조직이 매우 크다”며 “단기간 내 인터넷 플랫폼으로 옮기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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