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주식배당 대신 현금 보수를 받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은 가운데 주식을 받아봤자 더 이상 오르기 힘들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은 23일(현지시간) 경영 컨설팅 전문업체 헤이그룹 조사를 인용, 작년 CEO들이 받은 연봉 및 보너스 중 현금 비중은 37.3%로 2010년 이후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현금으로 제공된 연봉 및 보너스 등 CEO 보수의 중간 값은 전년대비 7.8% 증가했다. 이전 해에 고작 12% 증가했던 것에 비해 크게 상승한 수치다.
WSJ은 CEO들이 현금보수를 받는 이유는 기업주식이 이미 최고치를 달성한 만큼 앞으로는 이를 통해 큰 수익을 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캐롤 보위 아메리카 리서치 그룹 헤드는 “주식시장이 최고치를 찍었기 때문에 주식을 통해 CEO들에게 보수를 지급하면 회사가 주고자하는 만큼의 돈을 지급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주들이 CEO들의 보수로 주식을 제공하기 위한 신규 주식 발행을 반대하는 것 또 한 현금보수 증가의 요인이다. 신규 주식이 늘어날수록 주주들의 보유 지분율은 낮아지기 때문에 보유 주식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늘어난 현금보수 지급은 CEO들의 연봉상승에도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연 매출 87억 달러(약 9조4255억원) 이상인 5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CEO들의 총 연봉 중간 값 은 전년대비 6.9% 오른 1220
로버트 아이거 월트니즈니 CEO의 작년 연봉은 전년대비 1220만 달러 증가한 4650만 달러로, 대부분 현금으로 받았다. 마크 더컨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CEO도 총 연봉(1150만 달러)의 30%를 현금으로 받았다. 이전 현금 비중은 13%에 불과했다.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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