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일본 국채 등 국내 투자에 집중했던 일본 보험사들이 일제히 미국 국채 사재기에 나섰다.
최근 양적완화와 경기부활로 유동성은 풍부해진 반면 저금리 환경 하에서 수익률 갈증은 갈수록 커지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훨씬 높은 미국 국채에 매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일본 3위 보험사인 메이지야스다 생명보험이 이달 시작된 2015 회계연보부터 외국 채권투자를 1조원(약 9조원) 이상 늘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회사 야마시타 도시히코 투자 부문 CEO(최고경영자)는 최근 수익률(금리) 수준이나 유동성, 환위험 헤지 등을 감안하면 첫손에 꼽을 투자처는 미국이 될 것”이라며 ““공격적으로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메이지야스다는 2014회계연도에 국내 채권 보유액을 2700억엔 줄이는 대신 해외 채권 보유액을 6100억엔 늘렸다.
투자 대상은 대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국채였다. 낮은 금리 환경의 일본 국내 채권은 점차 줄이고 해외에서 수익률을 올리겠다는 심산이다.
후코쿠 상호생명보험도 올해 일본 채권 투자액을 1000억엔 줄이고 미국 국채를 비롯한 외국 채권에 2000억엔을 더 투자할 계획이다. 와타베 다케히코 후코쿠 상호생명보험 금융·투자계획 담당 이사는 “유례없는 통화완화정책으로 일본 채권 수익률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채권시장 유동성도 급격히 떨어져 일본 국채에 투자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본 보험사들의 미국 국채 러시는 금리차이 때문이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최근 2%안팎 수준. 만기가 같은 일본 국채의 경우 0.3%에 지나지 않는다. 신조 아베총리가 이끄는 ‘아베노믹스’에 따른 양적완화 효과로 시중에 돈이 넘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뿐 아니라 달러화 표시 일본 국채나 회사채까지 매입해 분산투자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 상호생명보험은 지난해 2500억엔어치에 이어 올해도 비슷한 규모 해외 채권을 매입하는 데 미국 국채와 함께 일본 기업이나 정부기관이 달러로 발행한 채권도 같이 매입한다. 스미토모 생명보험도 올해 5000억엔 이상의 해외 채권을 매입하되 달러 표시 회사채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같은 보험사 등 일본 금융권의 미국 국채 러시로 인해 일본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 지위를 되찾았다.
이같은 일본의 미국 국채 수요로 인해 미국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 사실화
프리야 미스라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 미국 채권 전략 책임자는 “일본 국채 투자자들은 저금리 문제를 겪어봤기 때문에 수익률 측면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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