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최근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주주환원을 늘리는 가운데 로봇생산업체 화낙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화낙은 27일(현지시간) 올해 3월 결산 회계연도부터 약 5년 동안 이익의 최대 80%를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화낙은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을 현재 30%에서 60%로 두 배 확대하고,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익 배분을 추진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8일 보도했다.
화낙의 이번 결정은 최근 엔저로 수익이 크게 개선되면서 주주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돈을 쌓아두기만 하고 배당에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화낙은 2015년 3월기 연결결산에서 순이익이 전년대비 87% 증가한 2075억엔(1조8648억원)을 기록했다.
이나바 요시하루 화낙 회장은 “이익의 최대 80%를 돌려주는 범위 안에서 주가 수준을 고려해 유동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매입은 주식수가 줄어 주당이익이 증가한다. 화낙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가치는 약 1조1000억엔으로 전체 발행주식의 18% 수준이다. 화낙은 그 가운데 5%를 초과하는 부분을 소각할 예정이다.
화낙은 갈수록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화낙은 그동안 시장 대응에 소극적이었지만 지난 19일 태도를 바꿔 주주와의 대화 창구를 신설하고 투자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행동주의 투자자의 대표격인 미국 헤지펀드 써드포인트는 최근 화낙에 자사주 매입을 요구했다고 닛케이가 전했다.
SBI증권의 수석 애널리스트 후지모토 노부유키는 “시장에서 이익 배분을 요구하는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며 “화낙의 발표를 계기로 일본 기업 전체의 배당성향이 50%선으로 높아질 수도 있다”
일본 정부도 해외 투자자 유치를 위해 기업들에게 주주환원을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지난 3월 말 기준 19조5000억엔으로 전년대비 40% 증가했다. 기업들의 이익 배분은 투자자들을 유치해 닛케이 지수 상승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
[정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