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헤지펀드 투자 거물들이 잇따라 채권 시장거품을 경고했다. 하지만 저금리에 중독된 시장은 긴가민가했다. 이전에도 채권거품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채권 강세장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주말 국채값이 모처럼 안정을 찾았다. 지난 2주간 미국·유로존 국채시장을 강타했던 채권 투매현상이 어느 정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배경이다. 하지만 이번주 첫장을 여는 11일 또다시 두달여만의 최대규모 투매현상이 발생, 미국·유로존 국채값이 큰폭으로 고꾸라지자 투자자들이 당혹감에 빠졌다. 채권거품 붕괴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대비 0.12%포인트 급등한 2.267%로 치솟았다. 지난해 12월 5일 이후 5개월래 최고치(국채값은 최저치)다. 일간 상승폭으로도 지난 3월 6일 이후 일간기준으로 최대폭이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금리 상승을 폭력적인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30년물은 3.05%를 찍으며 마감, 지난 11월 이후 처음으로 3%선 위로 올라섰다. 유로존 국채시장에서도 지난달 20일 장중 0.05%까지 떨어져 역사상 최저점까지 밀렸던 독일 10년물 국채(분트)금리가 0.61%에 마감했다. 20여일만에 금리가 12배 폭등한 셈이다.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미국·독일 국채 금리가 급등(국채가격은 급락)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 3월초 유럽중앙은행(ECB)이 시행한 양적완화(QE)때문에 국체금리가 과도하게 하락한데 따른 반작용이라는 분석이다. 과도하게 높아진 국채 밸류에이션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얘기다. 안전투자처로서 국채 매력이 반감되고 있는 점도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6년래 최저치에서 벗어나면서 전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 반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점차 커질 것이라는 분위기다. 원자재 가격이 바닥을 치고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일부 원자재 트레이더드들이 인플레이션 상승쪽에 베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실질금리는 더욱 떨어지게 돼 채권투자 매력이 줄어든다. 또 인플레이션을 미연에 막기 위한 금리인상 가능성은 높아져 채권값 하락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월가는 국채 투매가 저금리·저렴한 자금 시대가 종료되는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점이 확실해지면 저금리에 익숙해져있는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패닉상황에 빠진 채권투자자들이 투자 손실을 줄이기위해 동시다발적으로 채권을 시장에 내다팔면 채권가격이 더 떨어지고 더 많은 투매를 부추겨 국채투자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채 금리 급등(국채값 급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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