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최근 치안병력이 마약갱단의 조직원과 교전하는 과정에서 43명이 사망한 사건의 진실에 대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멕시코 연방 치안군과 경찰은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미초아칸 주의 탄화토 지역 한 목장에서 3시간 넘는 총격전을 벌인 끝에 경찰은 1명만 사망하고 마약 조직원 42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군 헬기까지 동원된 이날 총격전 끝에 치안 당국은 잔당 3명을 체포하고 다량의 중화기를 압수했다.
당국은 이들 조직원에게 애초 투항을 요구했으나 거부하고 대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근 할리스코 주를 근거지로 최근 세력을 확장하면서 군 헬기를 격추하는 등 치안군에 공격을 감행한 마약카르텔 ‘누에바 헤네라시온’의 조직원이라고 당국은 추정했다.
누에바 헤네라시온은 최근 로켓 추진식 유탄 발사기를 이용해 헬기를 격추하는가 하면 경찰 수색대에 대한 매복 공격으로 지난 한 달여간 30명 안팎의 치안병력을 사살해 군경이 대응 태세를 강화했다.
이번 교전에서 사망한 일부 마약조직원은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채 근거리 조준 사격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총상이 머리에 발견되는 등 저항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살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사망자들의 일부 가족은 갱단 조직원이 아니라 목장에 일하러 갔을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멕시코 인권위원회는 치안병력이 교전 수칙을 어기고 즉결처형을 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사실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미국의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도 치안병력이 적법한 절차로 교전을 수행했는지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멕시코 국가안전위원회측은 교전은 투항 요구에 불응한 뒤 시작됐고 현장 조사 결과 조직원들 모두가 총기를 발포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단체를 포함한 멕시코 국민은 대체로 치안 당국의 발표를 100%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작년 6월 말 멕시코 주 틀라틀라야 시에서 발생한 군과 마약 조직원간 총격전에서 조직원 22명을 사살했다고 군은 애초 발표했으나, 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15명이 투항을 했고 이 가운데 12명이 불법적으로 즉결처형된 것으로 밝혀졌다.
즉결처형은 당시 마약 조직원들에게 갇혀 있다가 구출됐던 여성이 미국의 한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폭로하면서 드러났다.
정부는 결국 즉결처형된 사망자의 가족에 330만 달러를 보상하기로 이달 중순 결정했다.
이달 미초아칸의 농장에서 발생한 교전으로 발생한 사망자 수 43명은 공교롭게도 작년 9월 게레로 주 이괄라 시에서 집단으로 피살된 교육대 학생의 수와 같다.
시위를 벌이던 교육대 학생들을 부패한 경찰이 갱단에 넘겼고, 갱단은 이들이 경쟁 조직의 하수인인 줄 알고 몰살시키고 나서 시체를 모두 불태웠다는 것이 검찰이 최종적으로 밝힌 수사 결과다.
유해를 수습해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43명 가운데 1명만 신원이 확인됐고 나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희생자들의 가족은 수사 당국이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파헤치지 않고 서둘러 덮었다고 주장하면서 8개월째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고 미국 유엔본부 등을 포함한 외국을 찾아다니면서까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마약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해 수만 명의 희생자만 양산하고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은 펠리페 칼데론 정권을 물려받은 엔리케 페냐 니에토 현 대통령 정부는 경제 개혁에 치중하면서 마약 범죄에는 대응 강도를 낮추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조직 안에서 다른 조직이 갈라져 나오고 와해한 조직이 이합집산해 다른 곳에 둥지를 트는 등
이 때문에 마약 조직과 결탁한 지방 경찰이나 마약 조직을 소탕하는 치안 당국의 직권 남용에 따른 인권 유린 의혹은 수시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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