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의 비리 몸통으로 지목된 제프 블라터 전 회장을 15년간 쫓았던 ‘추적자’ 영국 노(老)기자의 집념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칠순을 훌쩍넘은 영국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앤드류 제닝스(71)가 그 주인공이다.
제닝스는 지난 2009년 전직 정보기관원의 소개로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을 만나 FIFA와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비리 자료를 넘겨줌으로써 이번 수사의 단초를 제공했다.
스코틀랜드 태생의 제닝스는 지난 1980년대 경찰 부패와 태국의 마약거래, 이탈리아 마피아 등의 조직 범죄를 파헤치며 탐사보도 기자로 명성을 날렸다. 세계 축구계를 움직이는 큰 손 블라터 회장을 향한 그의 추적은 지난 2002년 블라터의 재선후 시작됐다. 그는 블라터의 재선 기자회견에서 “당신은 뇌물을 받아본 적이 있냐”며 ‘돌직구’를 날렸다.
그는 이때부터 FIFA와 스폰서들과의 관계, 월드컵 개최국 선정을 둘러산 의혹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고 지난 2006년 ‘파울! FIFA의 비밀세계 : 뇌물, 투표조작, 티켓 스캔들’이라는 책을 펴냈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블라터는 고소하겠다고 협박했고 최근 기소된 잭워너 전 부회장을 그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침을 뱉기도 했다.
그의 책은 탐사보도로 제작돼 영국 BBC방송에서 전파를 탔다. 이어 지난해에는 ‘범죄은폐: 제프 블라터의 FIFA 범죄식구들’이라는 책을 내기도했다. 그는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의 범죄행위에 대한 ‘서류’들을 지독하게 모았다”며 “그래서 그들이 ‘인간쓰레기’이며 대중의 스포츠를 훔쳐간 도둑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
한편, 국제경찰기구 인터폴이 잭 워너 전 부회장 등 피파의 전·현직 간부 6명에 대해 적색수배령을 내렸다. 어느 나라를 가든 체포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스위스 상원은 연방검찰이 국제스포츠단체의 비리를 수사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피파법’을 통과시켰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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