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중국 광역단체급 지방정부 가운데 GDP 성장률 1,2위는 모두 서부가 차지했다. 충칭이 10.7%, 구이저우성이 10.4%를 기록해 상하이, 광저우, 선전과 같은 동부 대도시를 제쳤다. 두 곳 외에도 쓰촨성, 칭하이성, 윈난성 등 중국 서부는 중국 평균(7%)보다 높은 성장률을 구가했다. 활발한 투자와 소비 덕분에 중국을 위협하는 경기침체에서 ‘무풍지대’로 남은 것이다.
◆韓기업 투자도 서부에 집중
과거에 비해 경제활력이 떨어진 동부 지역과 달리 중국 서부와 중부 내륙은 정부 개발사업과 기업 투자가 끊이지 않는다. 서부 최대 도시 충칭에선 7월초 한국 현대차가 기공식을 갖고 제4공장 생산라인 건설에 들어간다. 베이징을 중심으로 중국 사업을 키워온 현대차가 서부에서 처음 짓는 대규모 생산라인으로, 2017년 완공되면 연간 승용차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연간 300만대를 생산하는 충칭시는 현대차까지 가세할 경우 서부 최대 자동차 메카로 자리매김한다.
쓰촨성 청두에선 지난달 롯데그룹이 1조원 넘는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청두시의 상징과 같은 글로벌센터에 롯데백화점을 운영중인 롯데그룹이 청두판 ‘제2롯데월드’사업을 통해 테마파크와 호텔, 대형마트 등 롯데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청두시는 중국에서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유인구가 상하이에 이어 두번째로 많을 정도로 소비성향이 높은 도시로 유명하다. 때문에 식품, 유통 업체들의 투자열기가 뜨겁다. CJ그룹도 청두시에 현재 4개인 멀티플렉스 CGV를 5년 내 15개로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6개인 뚜레쥬르도 5년 내 매장을 60~70개로 늘릴 예정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저조했던 구이저우성도 본격적으로 한국기업 유치에 나섰다. CJ그룹은 최근 구이저우 현지 업체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뚜레쥬르 매장을 열기로 했다. CJ측은 구이저우성에서 향후 5년간 매장 100개를 열고 현지직원 1000명 이상을 고용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5월에는 대한항공이 구이저우성 수도인 구이양과 제주를 잇는 직항노선을 개통했다.
지난 5월 청두에서 매일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2015 세계지식포럼-한중고위기업가포럼’은 중국 서부의 잠재력과 한국기업들의 투자기회를 한중 양국에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중국 최대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는 당시 서부개발을 주제로 한 세계지식포럼을 상세히 보도하고 “포럼이 한중 경제협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하이테크 산업으로 재편중
개혁개방 이래 30여년간 동부연안 공업도시에 가려져있던 서부의 화려한 비상은 공산당과 중앙정부의 지원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개인간 빈부격차와 지역간 소득격차를 체제 불안 중대 요인으로 인식하는 중국 지도부는 균형발전을 추구하면서 2000년대 들어 서부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구이저우성을 예로 들면 올해 예산에서 중앙정부 지원이 70%를 넘는데 반해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동부 대도시는 예산에서 중앙정부 지원 비중이 30% 미만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의 수혜도 서부에 집중되고 있다. 일대일로란 과거 육상과 해상의 실크로드를 복원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철도와 발전소 고속도로 항만 등 인프라 건설이 핵심이다. 중국 서부와 중앙아시아, 서아시아를 연결하는 인프라 사업 등에 올해만 약 1조위안(약 180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서부는 동부 공업지대 못지않은 고부가 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 서부지역에 하이테크단지를 지정하고 예산, 세제상의 지원을 쏟아부은 결과다. 시안의 고신개발구, 청두의 경제기술개발구, 구이양의 구이안신구 등이 서부의 대표적인 국가급 개발구다. 진시황릉과 병마용갱 관광에 의존했던 역사도시 시안은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 들어선 뒤 첨단 IT도시로 변모중이고, 명주 마오타이 산지 정도로 알려졌던 구이저우성은 중국 빅데이타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지난달 구이양에서 열린 빅데이타포럼은 중앙정부의 서부개발 의지와 기업의 투자열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마화텅 텐센트 회장, 레이쥔 샤오미 회장 등 중국 IT업계를 대표하는 거물들이 총출동했다. 시진핑의 측근으로 알려전 천민얼 성장이 행사를 주관하고, 마카치 국무원 부총리가 직접 참석하자 IT 거물들이 앞다퉈 구이저우성에 대한 투자를 약속했다.
◆고속철 개통으로 내륙 한계 극복
그동안 서부가 동부에 비해 성장이 더뎠던 것은 내륙지형의 한계가 컸다.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동부 연안 도시들은 모두 항만을 끼고있어 개혁개방 초기부터 승승장구할 수 이었지만 내륙에 갇힌 서부지역은 물류여건이 취약해 기업의 투자가 부진하고 경제발전 속도도 느렸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급증한 고속철 노선은 이런 핸디캡이 상당부분 줄었다. 인력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자금유입도 빨라지고 경제활력도 커진 것. 작년말 개통한 광저우~구이양 고속철은 중국 최초 산악형 고속철로, 857km 구간에 900억위안(약 15조원)이 들어갔다. 과거엔 광저우에서 구이저우성 내륙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지만 고속철 개통으로 이 거리가 4시간으로 줄었다. 산악지대에 거주하는 소수민족들도 고속철 개통후 대도시로 나가 경제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작년말 개통한 청두~?양 고속철도 지역경제를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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