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확산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 매개동물로 낙타가 지목됐지만, 정작 낙타 고향인 중동에서는 ‘낙타경주’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중동에서 태어나지도 않은 한국 동물원에 있던 낙타들이 격리되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작년 4~5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가 창궐한 이후에도 낙타경주 대회가 중단되지 않았다고 아랍데일리뉴스가 최근 보도했다. 낙타 소유주들은 낙타가 메르스 바이러스 숙주라는 주장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아랍데일리뉴스는 그 예로 지난 4월 중동의 대표적인 낙타경주로 손꼽히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낙타경주 대회가 수만명의 관중이 모이는 등 예년과 다르지 않는 열기로 경기를 마쳤다고 소개했다.
‘사막의 배’라고 불리는 낙타는 중동 사막에서 수천 년 동안 교통수단이자 재화, 식량 역할을 담당해왔다. 석유가 발견되면서 낙타를 중심으로 한 사막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이 사라지면서 낙타의 상징적인 의미가 커지게 됐다. 낙타로 상징되는 전통을 향한 열정과 석유를 통해 쌓은 부가 만나 1990년대부터 낙타경주가 사우디와 카타르, UAE 등 중동 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메르스 공포에도 낙타경주의 인기 비결에는 낙타경주를 즐기는 왕족과 부유층이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크지 않는 점도 작용했다. 사우디와 UAE 노동자 계층이 주로 병원 안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반면, 아랍 부호들은 병실도 최고급 시설을 갖춘 1인실을 사용할 수 있어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았다.
낙타경주는 경마와 유사한 경기로 4~10km의 트랙을 15마리에서 많으면 70마리 이상의 낙타가 최고 시속 64km로 달린다. 평균 속도는 시속 40km 이상이다. 경주용 낙타 수만 1만 4000마리에 이른다. 경주용 낙타 훈련에는 6개월이 걸리며 공식 경주에 참여하기까지 3년 여의 시간이 걸린다. 일반적인 낙타는 마리당 수백만원 정도에 거래되는 데 반해 경주용 낙타 값은 승률에 따라 100만달러(약 11억원)를 넘기도 한다. 특히 두바이 왕가는 1000마리가 넘는 경주용 낙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낙타는 경주용 뿐만 아니라 애완동물로 키우고 낙타 고기를 먹는 것을 중동에서는 부의 상징으로 여겨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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