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 아이콘’ 아웅산 수치 여사가 방중한 사이 미얀마 정부·여당이 헌법개정안을 내놓으며 수치 여사의 대선 출마를 또한번 봉쇄했다.
11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여당인 통합연대개발당(USDP)은 지난 2008년 제정된 신헌법에 대한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는 그간 지적돼온 비민주적 요소가 일부 사라졌지만 가장 관심을 끌었던 수치 여사의 대권 도전을 가로막는 조항은 그대로 남았다. 수치 여사가 중국 방문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정부와 여당이 날치기 개헌 추진을 통해 수치 여사가 향후 대권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은 것이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미얀마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민주화 요소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헌법 개정을 요구해왔다. 지난 2008년 미얀마 군부독재 잔재를 청산하겠다며 선포된 미얀마 신헌법은 여전히 의회 의석 25%를 군부 인사들로 채워야 하는 등 비민주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배우자 또는 자녀가 외국 국적자일 경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는 59항은 수치 여사를 겨냥한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수치 여사는 영국인 남편(작고)와 결혼해 영국 국적의 2명의 아들을 두고 있어 헌법 규정대로라면 오는 11월 대선에 출마할 수가 없다.
이번에 발표된 개정안은 국제사회나 야권 기대와는 달리 변경된 게 거의 없다. 헌법 조항 개정시 과거 의회 출석자의 75%에서 70% 동의로 약간 낮춰졌을 뿐이다. 이에 따라 수치 여사가 이끌고 있는 민족민주동맹(NLD)이 오는 10월 총선에서 70% 이상을 얻어내지 못하면 개헌은 불가능한 것이다. 이밖에 헌법개정안에도 군부 출신자가 의회 의석의 25%를 차지해야 한다는 조항은 그대로 남았다.
한편 지난 11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수치 여사는 12~14일 상하이와 원난성 쿤밍을 차례로 들를 예정이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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