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드 커머로우 교수 |
주인공은 미국 일리노이대 프레드 커머로우 교수로 그는 1950년대 대학 연구원이었던 커머로우 교수는 지역 병원에서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동맥을 조사하다가 그들의 혈관에 많은 양의 트랜스지방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트랜스지방이란 액체 상태인 불포화지방산에 수소를 첨가해 만든 고체 상태의 지방으로 주로 과자·빵·도넛 등에 많이 사용된다.
커머로우 교수는 1957년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트랜스 지방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연구 결과로 업계와 정부에 선전포고했다. 트랜스지방을 섭취한 쥐가 죽상동맥경화증을 일으키고 트랜스지방을 끊으면 동맥경화증이 사라진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그는 10여 년후 미 심장학회 분과위원회에서 일하면서도 마가린 등에 트랜스지방이 과도하게 들어있다며 식품업계를 끊임없이 압박했다.
가격이 싸고 유통기한이 길며 음식에 더 좋은 식감을 주는 트랜스지방에 기대 쉽게 장사를 하고 있는 식품업계에게 그는 ‘눈엣가시’ 또는 ‘스토커’ 같은 존재로 인식됐다. ‘모두 잘 먹고 잘살고 있는데 왜 너만 시덥잖은 시비냐’는 식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의 끈질긴 투쟁은 1990년대 들어 다른 연구자들도 트랜스지방이 심장질환 주범이라는 연구결과를 줄줄이 내놓으면서 힘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과·식품업계와 끈끈한 ‘카르텔’을 맺은 정부를 움직이는 건 쉽지 않았다.
그는 수많은 연구 결과에도 보건당국과 업계가 ‘복지부동’하자 지난 2009년 FDA에 트랜스지방 사용을 금지시켜달라는 내용의 시민청원서를 내며 직접 행동에 나섰고 지난 2013년엔 트랜스지방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는 FDA와 미 보건부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커머러우 교수의 집념은 결국 FDA를 스스로 백기를 들게했다.
FDA는 16일(현지시간) “트랜스지방을 만들어내는 주요 제품인 ‘부분경화유’(PHO)를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하는 식품 목록에서 제외하겠다”고 공식발표했다. 앞으로 미국의 가공식품 제조업체들은 오는 2018년 6월까지 부분경화유를 완전히 사용 중단하거나 자사의 부분경화유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 후 FDA 승인을 받아야 한다.
커머로우 교수는 이날 최종 결정에 대해 “과학이 승리한 것”이라며 “음식업계는 너무 많은 트랜스지방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트랜스지방을 혐오하는 커머로우 교수지만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의 주범’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반박한다는 것. 그는 자신의 건강 비결로 “지방을 빼지 않은 우유인 전유를 마시고 계란도 잘 먹는다”면서 “하지만 튀긴 음식과 마가린은 피한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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