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함이라는 은총을 발견한다면 모든 게 가능해집니다. 그 은총을 통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습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어메이징 그레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흑인교회 총기난사 희생자인 클레멘타 핑크니 목사의 장례식에 참석해 찬송가인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다. 오바마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찬송가를 선창하자 뒤에 서 있던 장관들은 물론 합창단과 수많은 추모객이 따라 부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슬픔에 잠겨있던 장례식장은 단숨에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오는 감동의 장으로 변했다.
LA타임즈 등 미국 언론은 정치인이 공식성상에서 노래를 부른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어메이징 그레이스 열창’은 미국 사회에 “엄청난 인상”을 남겼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새론 존슨 정치컨설턴트는 CNN방송에서 “오늘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추모사를 한 것은 물론, 주로 흑인이었던 (장례식장)청중에게 치유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면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른 것은 한 편의 서사시였다”고 평가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영국 성공회의 존 뉴턴 신부가 흑인 노예무역에 관여했던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고 이 죄를 사해준 신의 은총에 감사한다는 내용의 찬송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노래를 통해 흑인 차별 종식을 향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은총의 기독교적인 의미를 짚으면서 인종 갈등과 반목을 넘어선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주 내내 은총에 대해 생각했다. 총기난사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보여준 은총에 대해, 핑크니 목사가 설교했던 은총에 대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찬송가인 ‘어메이징 그레이스’에 묘사된 은총에 대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난사 사건은 미국 사회에서 인종 편견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미국을 해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개탄했다. 아울러 오바마 대통령은 남부연합기 퇴출도 촉구했다. 남부연합기는 남북전쟁 때 노예제 존속을 주장한 남부연합군이 사용한 깃발로, 이번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가 이 깃발을 옷에 부착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남부기를 끌어내려 하나님의 은총을 나타내자”며 “남부연합기는 단순히 선조의 자부심보다 더 많은 것을 대변해왔다. 그 깃발은 흑인과 백인 모두에게 조직적 억압과 인종적 예속의 상징이었다”고 지적했다.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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