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려는 그리스 국민을 적극 지지한다.”
지난 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가 유럽의 압박에 놓인 그리스를 상대로 우군임을 강조했다. 푸틴의 전화연결은 치프라스 뜻대로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데 대해 축하를 전하면서 개혁안을 놓고 서방 채권단에 맞서고 있는 치프라스를 격려하기 위한 것이다. 구제금융 협상으로 곤경에 처한 치프라스는 올들어 바쁜 와중에도 2번이나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가차없는 개혁을 요구하는 서방에 대항해 러시아의 파워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치프라스 전략과 그리스를 매개로 서방을 분열시키려는 푸틴의 노림수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발칸반도라는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잡은 그리스가 유럽을 떠나 친러시아로 돌아설 경우 푸틴의 국제적 입지와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높아질 것임은 자명하다. 미국 정치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푸틴 대통령이 그리스가 유로존과 유럽연합(EU)을 떠난다면 러시아가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다는 점을 줄곧 암시해왔다고 전했다. 미국 백악관이 이날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불가 입장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의 외교전략 기조인 ‘대서방 견제’는 그리스 붙들기만이 아니다. 오는 8일부터 사흘간 러시아 중부도시 우파에서 잇따라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도 본격화된다.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미국을 상대로 세력 과시에 나설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1990년대 중후반 등장했던 러-중-인도간 3각동맹 가능성도 점친다. 남중국해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는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를 찾아가 푸틴 대통령과 회동을 갖는 것은 지난 5월 모스크바 승전70주년 기념행사 이후 2개월여만이다. 이번 만남에서 양국 정상은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EEU)과 중국이 이끄는 ‘실크로드 경제벨트’간에 전략적 협력방안을 모색한다. 또 서방 위주의 세계은행(WB) 대항마 격인 브릭스 주도의 신개발은행(NDB) 공식 출범도 우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해 만든 SCO에는 인도와 파키스탄 정상이 참석해 공식 입회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러시아와 중국,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가입한 SCO에 제3의 국가가 옵서버가 아닌 정식 회원국이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으로선 SCO 외연을 넓혀 미국을 위시한 서방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이밖에 SCO 옵서버로 활약중인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란핵협상이 막판에 처한 가운데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과 협정문 서명을 앞둔 로하니 대통령이 푸틴과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러시아 우파를 찾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견제 일환으로 미국과 그 우방국간 균열을 일으키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는데 중동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달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부왕세자 겸 국방장관을 러시아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사우디로부터 10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도 유치했다. 이란핵협상 타결을 통한 중동 질서 재편을 예고한 오바마 대통령과 각을 세운 사우디와 전방위적 밀월이 이룬 성과다. 사우디 국부펀드가 러시아에 대규모로 직접 투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사우디가 30년 우방이었던 미국이 숙적인 이란과 핵협상을 추진하고, 이슬람국가(IS) 사태에 이란이 개입하는 것을 방조한 미국에 대해 불만을 키우고 있는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이 걸프지역 정상들을 초청했지만 살만 사우디 국왕은 국내 일정을
[이지용 기자 /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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