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 피에라스구역에 있는 2004년 올림픽 메인 경기장 옆에는 올림픽스타디움 보다 더 큰 건물이 미완성인 채로 솟아 있다. 이 건물은 그리스 정부가 관광과 결합한 컨벤션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짓고 있는 컨벤션센터 건물이다.
그런데 최근 건물 공사가 중단됐다. 은행폐쇄 등으로 공사 대금 지급 등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공사를 멈춘 것이다. 이처럼 진행하다 중단한 공사 현장들이 아테네 시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그리스 건설업계에서는 지난 1주일 간 공사 중단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 수를 4만 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그리스 중대형건설사협의회(SATE) 타차리아스 아타우사키스 회장은 “많은 공사 현장들이 은행폐쇄 조치 등으로 인해 지난 1주일 사이에 공사를 중단했다”며 “지금까지 4만 명 정도를 해고했지만 해고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건설 예정사업들은 아예 취소된 경우도 많아 금융거래가 정상으로 돌아오더라도 일자리 복원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직원들의 ‘일시휴가’나 ‘강제휴가’를 실시하는 민간 기업들도 늘고 있다. 그리스 당국에 따르면 ‘강제휴가’를 요청한 건수가 지난 1주일간 1000건에 육박했다. 그리스 노동법에 따르면 ‘강제휴가’는 금지사항이지만 ‘불가항력 조항(force majeure clause)’의 적용을 받으면 가능하다. 고용주들이 금융위기로 인한 은행폐쇄를 ‘강제휴가’를 위한 ‘불가항력 조항’으로 인정해 달라고 한 것이다.
그리스 정부에 따르면‘강제 휴가’에 그치지 않고 금융이 정상화될 때까지 아예 직장을 폐쇄하겠다고 요청한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소규모 직물공장을 운영하는 포르트니누스씨는 “외부의 대금 결제도 안되고 은행에 돈을 찾을 수도 없어 직원들 월급도 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아예 공장 문을 닫으려고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수입업체들도 고사 위기에 처해있다. 그리스 테살로니키 지역은 그리스산 와인 산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와인 병 수입이 안되면서 판매와 수출에 막대한 지장이 발생하고 있다. 엠마누일 블라초치아니스 테살로니키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그리스는 와인병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전량 수입하고 있는데 자본통제가 이뤄지면서 모든 수입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관광객들도 큰 불편을 겪고있다. 은행들이 영업을 중단한 이후 현금이 귀해지면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카페들이 신용카드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에서 결제를 담당하는 은행들이 최대한 현금을 보유하려고 신용카드 대금을 받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 부족현상은 벌써 그리스 사회에 점차 퍼져나가고 있다. 현찰이 바닥난 현금자동인출기가 늘어나고 있고 인출기 앞 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생필품 부족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리
[김기철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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