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백악관 오벌 오피스. 지난 7일 오후 12시 30분(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응웬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마주 앉았다. 50여년전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나라의 수장들이다. 오는 11일로 수교 20주년을 앞두고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을 찾은 쫑 서기장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초청장을 건넸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베트남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직후 “양국의 힘든 역사가 경제·안보 분야 협력 관계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쫑 서기장은 “양국은 과거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다”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적에서 친구로 변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TPP(환태평양경제협력체) 협상과 대중국 전략에서 한 목소리를 냈다.
TPP는 중국 주도의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대항하는 성격을 띄고 있어 미국으로서는 동남아 주요 신흥시장중 하나인 베트남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베트남 역시 미국 시장에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직후 베트남의 TPP 참여와 관련해 “앞으로 양국 성장의 엄청난 잠재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베트남의 안보협력 강화는 중국 견제용 성격이 짙다. 인공섬 건설을 추진하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유발하고 있는 중국은 안보 측면에서 미국과 베트남의 공공의 적이다. 베트남은 특히 중국이 최근 영해 인근에서 석유 시추작업을 실시하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쫑 서기장은 TPP 협상과 안보협력 외에도 보건 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은 오바마 대통령이 표방해 온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고, 미얀마 쿠바 이란에 이어 과거 적국이었던 나라들과 관계를 회복했다는 외교적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주요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내 베트남 방문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쫑 서기장은 오바마 대통령과 회동한후 조 바이든 부통령과 국무부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이날 회동에 앞서 공화당 상원의원 7명은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TPP 협상을 지렛대로 베트남 정부로부터 인권 보장에 대한 약속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베트남 정부에 대해 정치범들을 석방하고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법들은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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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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