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당장 탈퇴하는 풀 엑시트(full exit)를 택하기 보다는 정부가 유로화 자본을 통제하는 ‘소프트 엑시트’(soft exit)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는 케네스 로고프 미 하버드대 교수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CFR)의 컨퍼런스콜 행사에 참석해 그리스 위기의 향방을 이같이 진단했다. 마치 ‘소프트 랜딩’(soft landing)에서 착안한 듯한 소프트 엑시트는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 울타리에 남아 있되 자국 내에서 통용되는 유로화의 흐름을 통제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이후 그리스가 유로존을 벗어나는 ‘그렉시트’(Grexit) 우려가 한층 높아진 가운데 로고프 교수는 일시적 절충점을 예상한 것이다. 로고프 교수는 “이에 따라 그리스 내 유로화는 그리스 밖의 유로화에 비해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 정부의 자본 통제로 인해 그리스 내 경제주체들이 보유한 유로화의 유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최근 그리스 정부가 단행한 은행 영업 중단도 일종의 자본 통제다. 이는 그리스 정부에 시간을 벌어주지만 결국 어느 방향으로 갈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로고프 교수는 덧붙였다.
그리스는 드라쿠마(그리스의 옛 화폐)를 도입할 준비가 전혀 안돼 있고 최소한 일년은 걸릴 것으로 전제한 뒤, 그리스는 부채감축에 혈안이 돼 있지만 국가 수입보다 지출이 훨씬 많은 상황에서 근본 대책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로고프 교수는 “(이번 국민투표 결과에서 보듯이) 채권단 등 외부세력이 주도하는 구조개혁은 먹히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 스스로가 경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은 유럽 코트가 아닌 그리스 쪽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리스가 이번 국
로고프 교수는 지난 2011년 열린 블룸버그 FX11 서미트에 참석해 “그리스는 앞으로 10년 안에 유로존을 탈퇴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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