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위기가 고조되면서 올 하반기 세계경제에 더 큰 위협(greater threat)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 경제조사기관인 ‘컨퍼런스보드’ 이코노미스트들이 중국발 세계경제 불안을 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보다 중국 금융위기를 더욱 심각한 강도로 표현할 정도로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복병으로 부상했다.
바트 반 아크 컨퍼런스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9일(현지시간) 미국 맨해튼 본사에서 외신들을 상대로 ‘세계경제전망’ 세미나를 열고 “중국경제가 놀라울 만큼 추락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대응책은 대부분 실패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국 정부는 금융시장이 곧 살아날 것으로 장담하지만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반짝’ 개선에 불과하며 길어야 한 분기”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긴급 부양책으로 중국 증시가 되살아나는 듯 보이지만 일시적 땜질 처방으로는 금융위기의 본질적 문제를 치유할 수 없음을 분명히 지적한 것이다.
징 시마 컨퍼런스보드 선임 이코노미스트도 “중국 증시 폭락에 따른 정부의 긴급 조치는 펀더멘털이 바뀌는 게 없어 제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상하이증시가 3000까지 떨어지면서 충격이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통화정책 파급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종의 ‘돈맥 경화’ 현상이다. 이 때문에 금리를 낮추거나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정책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또한 기업과 개인에 대출을 늘려줘도 자본 유출과 증시 추락 여파로 예금 증가량이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금융 시스템만이 아니다. 중국 기업들의 높은 부채 부담과 과잉생산능력은 투자 증가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중국 고정자산 투자의 60%를 부동산과 제조업 부문이 차지하고 있다. 도·농 지역 격차도 갈수록 심각해 농촌의 도시화 조치가 절실해지고 있다.
징 시마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6.5%는 너무 낮아 놀라울 정도”라며 “국영기업 민영화를 강도높게 추진하고 이들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조개혁과 함께 노동시장 개혁도 필요하며 무엇보다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바트 반 아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 하반기 세계경제는 이렇다 할 호재 없이 정치·경제적 리스크가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작년보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떨어지는 국가가 많아 세계 전체로 성장률 3%를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3%대 성장을 제시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노동인구가 줄어드는데다 대다수 국가들이 급격한 생산성 둔화를 겪으면서 향후 경제성장 모멘텀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다. 중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2007년을 기점으로 크게 떨어진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컨퍼런스보드는 세계경제가 ‘글로벌 생산성 위기’로 서서히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제조사기관은 그리스 위기에 대해서는 큰 경고음을 내지 않았다. 그리스 디폴트 위기에도 불구하고 유럽 경제가 비교적 견조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고, 그렉시트가 현실화되더라도 금융시장에 일부 파장은 있겠지만 오래 지속되진 않을 것으로 봤다.
그리스·중국 위기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횟수는 올해 한차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켄 골드스타인 이코노미스트는 “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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