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할인 항공권’을 둘러싼 항공사와 온라인여행사 간 다툼이 점입가경으로 치닫으면서 정부가 분쟁조정을 위한 조사까지 착수했다. 할인 티켓 판매가 늘수록 가격인하 압력이 커지고 수익성은 제자리걸음을 걷자 항공사들이 온라인 여행사를 통한 판매를 사실상 중지하는 대신 자사 사이트에서의 직접 판매를 확대키로 했기 때문이다. 애꿎은 고객들이 비싼 티켓을 구입하며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서로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붓고 있는 중이다.
뉴욕포스트는 19일(현지시간) 찰스 슈머 미국 상원 의원은 최근 익스페디어, 트립어드바이저, 오르비츠 등 온라인여행 할인사이트에 티켓정보제공을 거부한 미국 항공사들에 대해 법무부·교통부 조사를 요청했다.
슈머 의원은 “항공사들이 할인사이트에 대한 티켓정보 제공을 거부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연간 60억(6조9000억원) 달러에 이르는 티켓 구입 비용을 더 부담하게 됐다”며 조사요청 배경을 설명했다. 법무부와 교통부는 이미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흔해진 온라인여행사들은 항공사로부터 항공권 정보를 입수한 후 비교 검색해 고객들에게 가장 할인폭이 큰 항공권을 제공해 준다. 몇년 전만 해도 이같은 할인사이트를 통해 판매되는 항공권은 전체 항공권 판매의 20% 수준에 그쳤지만 현재는 40~5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판매가 급증했다.
초기에는 항공사 입장에서도 팔리지 않는 좌석을 판매해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여행사들을 듬직한 파트너로 생각하고 제휴를 맺었다. 그러나 델타항공은 최근 익스페디아·트립어드바이저 등 온라인 여행사에 대한 항공권 판매 정보제공을 중단했다. 자사 사이트를 통해 직접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항공사가 티켓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여행사는 가격 비교는 물론이고 상품판매도 불가능해진다. 앞서 프론티어 에어라인도 항공권 예약을 판매 중단한 바 있다.
루프트한자는 판매를 중지하지는 않았지만 판매에 대해 인당 18달러의 추가요금을 고객들에게 물리기로 했다.
항공사들이 할인사이트와의 ‘합종연행’을 끊고 나선 것은 수익성 때문이다. 할인사이트를 통해 판매되는 티켓들은 서로 가격비교가 바로바로 되기 때문에 경쟁사와의 피를 말리는 할인전쟁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온라인여행사에 일정 부분의 판매수수료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도 깎고 수수료도 제공하는’ 이중 부담이 항공사 몫이다.
이러다 보니 항공업계와 온라인여행사들의 매출과 수익은 정반대 방향을 걷고 있다.
실제 델타항공의 지난 2013년 매출액은 377억달러에서 지난해 403억달러로 6.8% 성장했고 같은 기간 순이익은 27억 달러에서 거의 변동이 없었다. 반면 미국 대표 온라인 여행사인 익스피디어의 경우 매출은 47억달러에서 64억달러로 36%나 급증하고 순이익은 4억5000만달러에서 5억2000만달러로 15% 성장했다.
이러다 보니 주가도 익스페디아는 연초대비 주가가 29.79%나 상승했다. 반면 델타항공의 경우 유가 하락이라는 엄청난 호재에도 주가가 8.64% 되레 떨어졌다. ‘남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불만이 항공사들과 주주들 사이에서 팽배해진 것이다.
100~200달러에 구입했던 티켓을 300~400달러에 구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고객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슈머의원은 “사실상의 가격인상이나 마찬가지며 정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소비자들만 엄청난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 양측은 서로를 맹비난
아메리카항공연합의 진 페디나 대변인은 “항공사들은 자신들의 상품을 최적의 조건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사들의 이익단체인 여행기술연합은 “항공사들이 단체행동으로 경쟁을 저하시키는 것은 불공정하며 소비자들의 이익과 상충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지용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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