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머티리얼이 일본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과거 강제징용 사실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미군 포로 피해자들에 대해서만 사과를 했을 뿐 한국 등 여타 국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석연찮은 사과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기무라 히카루 미쓰비시머티리얼 상무를 포함한 미쓰비시 대표단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유대인 인권단체 시몬비젠탈센터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인 제임스 머피씨를 만나 “당시 미국 징용 피해자 900여명은 미쓰비시 탄광 등 4곳에서 강제노역을 했으며, 그 과정은 혹독했다”며 “머피씨를 비롯한 미국 전쟁포로들과 그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징용을 주도했던 미쓰비시 광업은 미쓰비시머티리얼의 전신이다. 미쓰비시광업은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근대산업시설 가운데 조선인 강제노동이 이뤄진 하시마 탄광(일명 군함도) 등을 경영했다. 머피씨는 2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필리핀에서 일본군에 붙잡혀 미쓰비시 탄광 등에서 강제노역을 했다.
기무라 상무는 “미쓰비시는 앞으로 이같은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을 것이며 인권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행사를 주관한 에이브러햄 쿠퍼 시몬비젠탈센터 부소장은 “오늘 이 자리는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라며 기무라 상무와 머피씨의 악수를 제안했다.
하지만 이날 한국 영국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미쓰비시그룹을 상대로 일본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던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오히려 미군 포로 강제징용 사실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앞서 2009년과 2010년에도 공식 사과한 바 있다.
이날 사과는 최근 일본 정부의 잇단 과거사 부정과 집단자위권법 강행 등으로 국제사회 비난여론이 높아지자 이를 무마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많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를 앞두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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