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집값 상승세가 심상찮다. 지난달 주택판매와 가격이 2007년 금융위기 발생 직전 수준까지 치솟았다.
기업실적 호조, 주식시장 활황과 더불어 실물지표인 부동산까지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오는 9월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반면 단기간 가격 급등과 금리인상 충격으로 부동산 가격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지난 6월 기존주택 판매량이 전월보다 3.2% 상승한 549만 가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7년 2월 이후 8년 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부동산 과열과 모기지대출 부실로 촉발됐던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기존 주택이 판매량이 회복된 셈이다. 수요가 치솟고 공급은 부족해지면서 집값도 크게 올랐다.
지난 12개월간 6.5% 오른 기존주택 평균 거래가격은 6월에 23만6400달러(약 2억7000만원)를 기록했다. 이는 NAR이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가격이다.
미국 주택판매와 가격은 비교적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 4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로 돌아섰다.
재닛 옐런 연준의장이 수차례 “적정시기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금리인상을 시사한 이후 모기지 금리가 껑충 뛰기 전에 집을 사두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기지 금리는 연준에서 직접 통제하지 않는다. 물가에 따라 연동되는데 주택경기 회복세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모기지 금리가 오르기 시작해 현재 평균 4.0%(30년 만기)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리얼티트랙의 대런 블롬크비스트 부사장은 “시장에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이자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며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모기지 금리가 동반 상승하기 전에 주택을 구매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회복으로 인해 ‘9월 연준 금리인상설’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그간 연준은 주식시장과 기업실적 등이 금융위기 직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실물경제 큰 축인 부동산시장 지표가 기대보다 늦은 회복세를 보이자 금리인상 결단을 미뤄왔다.
부동산시장이 계속 호조를 나타내면 건설현장이 늘어나면서 연준의 또다른 고민거리인 고용문제도 같이 해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이코노미스트 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조사에서 82%가 9월을 가장 유력한 금리 인상 시기로 꼽았다.
문제는 금리인상 후 시장 충격이다. 판매실적과 가격 등 주택시장지표가 거품이 한창이던 지난 2007년에 근접해 있어 버블이 끼었다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가격상승세가 가팔라진데다 부동산 경기회복세가 기관투자자들과 해외투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한국인들도 많이 살고 있는 뉴욕 퀸즈일대의 경우 주택평균가격이 지난 5월 기준 44만9900달러로 1년 전 대비 10% 가까이 올랐다. 일부 콘도의 경우 1년새 20%까지 껑충 뛴 경우도 허다하다. 요지의 주택 구입엔 1~2년전부터 임대수익 등을 노린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뛰어들었고, 중국의 ‘큰손’ 해외투자도 영향을 크게 미쳤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런 기관투자자들과 해외투자자들이 금리인상이 단행되면 부담을 느끼고 속속 발을 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뒤늦게 주택을 구입한 일반 소비자들만 가격붕괴 충격을 받게 될 것
반면 최근 부동산 경기가 지난 2007년 버블 당시와는 다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미국 부동산전문 블로그인 리얼딜은 “15년간의 침체 뒤에 미국 집값은 아직 연간 한 자릿수의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걱정 보다 환영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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