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6)이 마약계의 '전설적인 인물'이 되고 있습니다.
삼엄한 연방교도소를 두 번이나 탈옥한 '스토리'를 할리우드가 영화로 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고향 주민들은 탈옥을 반기는가 하면 구스만을 모델로 한 인형이나 의류 상품까지 등장할 정도입니다.
특히 멕시코 주요 마약조직의 괴수들이 다수 검거되거나 사살된 현 정부에서 1년5개월간 투옥됐다가 다시 교도소를 빠져나감으로써 '현역 최장수 마약갱단 두목'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는 1993년 과테말라에서 체포돼 멕시코로 압송된 뒤 20년형을 선고받고 중부 과달라하라 시 인근 '푸엔테 그란데' 교도소에 투옥됐으나 2001년 1월 탈옥해 13년간 도주하다가 작년 2월 멕시코 해병대에 검거돼 수도 멕시코시티 외곽의 '알티플라노' 교소도에 수감됐습니다.
세간에는 땅굴을 파 탈옥했다고 알려진 구스만이 과연 다시 잡힐지, 그가 이끄는 마약조직 '시날로아'가 왕성한 활동을 재개할지와 함께 과거 수감 생활 등 행적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습니다.
엘 우니베르살은 구스만의 시날로아 조직에는 '교도소 전문가'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마소 로페스 누녜스라는 이 인물은 구스만이 푸엔테 그란데 교도소에 갇혀 있을 때 보안 담당 부책임자의 공무원 신분이었으나, 구스만에 매수돼 수감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고 첫 번째 탈옥을 도운 혐의로 수배됐습니다.
누녜스는 구스만이 마치 별장에 온 것처럼 생활하게 해줬다고 엘 우니베르살은 정보 공개법을 근거로 입수한 관련 문건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구스만의 독방에는 휴대전화는 물론이고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전자레인지와 술이 반입되는가 하면 그의 생일 때는 '축하 선물'로 정력제 비아그라와 매춘부가 공수됐습니다.
구스만은 매춘부가 며칠간 그의 방에서 버젓이 함께 지낼 정도로 교도소 밖에 있는 일반인도 부럽지 않은 생활을 영위했습니다.
엘 우니베르살이 인용한 문건에 따르면 푸엔테 그란데에서 근무하는 관리 10명 중 9명이 '차등 뇌물'을 받은 기록이 있습니다.
일반 간수는 일당으로 15달러, 교도관 중간 간부는 월 560달러, 상급자는 월 3천 달러의 형식입니다.
교도소 행정 업무에 대부분 관여하고 재소자나 방문자 관리도 맡은 누녜스는 월 5천 달러의 '뇌물 수당'을 챙겼습니다.
교도관들에게 푸엔테 그란데는 '짭짤한' 부수입을 챙길 수 있는 최고의 근무지인 셈입니다.
구스만은 남부럽지 않은 사치를 누리다가 2001년 1월 세탁물 수레에 숨어 외부에서 들어온 세탁용역 차량을 타고
누녜스는 구스만이 탈옥하기 4개월 전 일을 그만뒀으나 수시로 면회를 가 탈옥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멕시코 검찰은 누녜스에게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했으나 탈옥을 도운 사실은 입증할 수 없다고 합니다.
미국 버지니아 동부지방검찰청은 누녜스를 코카인 밀반입과 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