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일본에선 유니클로 의류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한 후 출·퇴근 길에 동네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들러 직접 물건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고객의 자택으로 배달되는 마지막 단계를 없애고 곳곳에 매장을 갖춘 편의점 브랜드와 유통망을 공유해 물류비를 혁신적으로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유통공룡 아마존도 동네마다 차량을 타고 잠시 들러 물품을 찾아가는 임시 보관소를 설립키로 하는 등 물류비 절감을 위한 세계적 기업들의 아이디어 경쟁이 불붙고 있다.
지난달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세븐&아이홀딩스와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생산과 판매, 물류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 제휴를 하기로 했다.
이번 업무 제휴의 핵심은 물류망을 공유하는 것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판매망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은 유니클로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한 상품을 1만 8000여 개에 달하는 세븐일레븐 편의점 매장에서 받을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편의점이 유니클로의 매장처럼 사용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니클로는 상품을 고객의 집으로 배달하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배송비를 줄일 수 있게 된다. 고객도 줄어든 배송비에 따라 상품구입 때 지출을 아낄 수 있다. 아울러 최근 유통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인 유지비용이 높은 물류창고나 매장의 확장 부담도 확 줄일 수 있게 된다.
세븐일레븐 측도 적지않은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물류망 공동이용에 따라 물류비 일부를 유니클로가 공동 부담하는 데다 유니클로 이용객이 편의점을 방문하면 결국 다른 상품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일본내에서 시범사업이 시작되지만 양사는 점진적으로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해외에서도 물류 거점을 함께 사용하거나 공동 배송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셈이다.
미국과 중국 등 전 세계의 세븐일레븐 점포는 3만8000여개에 이른다. 세븐일레븐은 이미 해외 16개국에 점포를 열었으며 2017년께 베트남 진출까지 넘보고 있다. 유니클로는 세븐일레븐을 활용해 취약한 해외 판매망을 강화하고 새로운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또 세븐일레븐뿐만 아니라 세븐&아이홀딩스의 식품 판매업체인 ‘이토 요카도’와 ‘소고&세이부’도 판매망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패스트리테일링 측은 “두 회사는 소매시장의 미래를 내다보고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 제휴를 논의하고 있다”며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패스트리테일링은 물류망 확대를 위해 지난해 10월 다이와 하우스 공업과 제휴한 바 있다.
양사는 공동으로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개발해 편의점에서 이를 판매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일본에서는 이같은 물류 공유경제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통신판매업체 라쿠텐은 야마토운수와 계약된 편의점 2만곳과 페덱스 영업소에서 물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아마존 재팬에서 주문한 제품은 편의점 로손과 패밀리마트 등 편의점에서 받을 수 있다.
미국의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은 실리콘밸리에 인터넷으로 주문을 한 후 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상품을 집어가는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사업을 시작키로 했다.
아마존은 미국에서 식료품 배달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와 고객으로 하여금 특정 지역에서 제품을 수령할 수 있게 한 ‘아마존 로커(Amazon Locker)’ 서비스를 제공
앞서 유니클로-세븐일레븐 제휴와 달리 아마존은 제품수령소를 직접 만들 생각이다. 그러나 물장 비싼 축에 속하는 고객자택으로 제품 마지막 배달과정이 생략되는 데 따른 물류비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는 게 아마존 측 설명이다.
[이지용 기자 /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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