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케어 합법화, 이란 핵협상 타결 등에 이어 또하나의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에는 탄소배출 규제다. 목표는 미국 전역 발전소에서 석탄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새로운 청정발전계획(Clean Power Plan) 채택을 공식 발표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미국의 모든 주가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여야 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2005년 탄소배출량의 32%를 줄이겠다는 목표다. 또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주와 전력회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번 규제를 통해 석탄발전 비중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면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취해야 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내 발전연료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는 있지만 석탄이 40%를 차지한다. 천연가스가 30%, 원자력이 20%, 수력발전이 7% 수준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전격적인 청정발전계획 발표에 대해 당장 공화당은 물론 일부 주와 전력회사의 반발이 일고 있다.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가 연방정부의 주 정부에 대해 간섭이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에너지기업 이익단체인 ERCC는 일부 주 정부와 함께 오바마 행정부의 탄소배출 규제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탄 생산이 많은 주와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켄터키 와이오밍 미주리 유타 인디애나폴리스 주 등은 이번 조치가 미국의 석탄산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이며 많은 전력회사들을 재정난으로 내몰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력회사의 재정부담은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은 소비자들, 특히 저소득층의 부담을 키울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같은 반발을 의식해 백악관은 주와 전력회사들이 발전연료 전환에 착수하는 시한을 2020년에서 2022년으로 여유를 뒀다. 또 주 정부가 탄소배출규제 이행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시한도 2017년에서 2018년으로 미뤘다. 또 기존 발전시설 폐쇄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탄소배출 감축 효과에 연계해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은 오바마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숙원의 하나로 해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4년 주 의원 시절을 시작으로, 미 의회 상원의원 때와
전문가들은 탄소배출 규제에 소극적이었던 미국 정부가 과감한 목표치를 제시하며 규제 도입을 선언함에 따라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여타 국제사회 움직임도 자극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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