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제재, 유가 하락, 루블화 가치 폭락, 외환보유고 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러시아 국가통계청은 10일(현지시간)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작년 동기 대비 4.6% 하락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폭의 GDP 성장률 하락세다. 1분기 때도 전년 같은 시기 보다 2.2% 떨어져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통상 2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면 경기침체로 판단한다.
전문가들은 소매판매, 산업생산, 가계소득 등 분야별 통계가 실제로 더 추락할 경우, 향후 수정치가 추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작년말과 올해초 외환위기를 겪은 바 있다. 이후 루블화가 안정세를 찾으면서 러시아 정부는 위기를 넘겼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실질소득 감소로 경제 회복까진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12월 러시아 실질소득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15년 중 처음 감소세를 나타냈다.
런던 라보뱅크 외환전문가 표트르 마티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3분기 성적인데, 현재로선 2분기 보다 더 나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가가 내년에도 배럴당 60달러 선을 유지할 경우 러시아의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GDP 성장률은 0.6%로, 2009년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러시아 정부는 작년 여름부터 자국 내 산업 육성을 통한 수입대체 정책을 추진했다. 바닥에 떨어진 루블화 경쟁력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산업생산 부문 위축세로 이 같은 정책 효과가 단기간에 그쳤다고 지적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루블화 가치가 그나마 안정화되면서 약해졌던 광범위한 경제 위기 우려가 다시금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맥킨지 러시아법인의 이레네 쉬바크만 대표는 “과거 1998년이나 2008년을
투자은행(IB) 유니크레딧도 최근 보고서에서 “러시아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3.7% 수준으로 불어난 상태라 적자재정을 견딜 여력이 없다”면서 “2017년에 심각한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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