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으로 미리 입수한 보도자료를 토대로 주식에 투자해 거액의 부당이익을 올린 일당이 미국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AP,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증권거래위원회(SEC),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당국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해커와 미국 증권거래자 등 9명을 이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 증권 사기단은 2010년부터 올해 5월까지 보도자료 배포 대행업체인 PR뉴스와이어, 마켓와이어드, 비즈니스와이어가 기업들로부터 의뢰받은 보도자료 15만여건을 해킹을 통해 빼돌려 주식투자에 활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이 주식투자에 실질적으로 이용한 보도자료는 800여건이며 부당수익의 규모는 1억 달러(한화 약 11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기업의 수익이나 인수합병 발표처럼 주가에 영향을 미칠 자료가 포착되면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사흘에 이르는 단타매매로 투기를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기는 주로 주식을 사고팔 권리를 거래하는 옵션에 이뤄졌으며 많게는 한 건에 100만 달러(약 11억8000만원) 정도를 챙긴 사례도 적발됐다.
수사 당국은 달아난 일당을 수배하고 사건에 책임이 있는 개인과 기업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신종 첨단범죄로 여기고 있다.
AP통신은 이런 수법으로 기소된 증권 사기 가운데 이번 사건이 역대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해킹으로 보도자료를 빼돌려 주식시장에서 부당이익을 올린 이들이 형사 처벌을 받는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SEC의 수사 책임자 메리 조 화이트는 “해킹의 범위, 가담한 거래자, 불법적으로 거래된 주식, 부당이익의 규모를 볼 때 전례가 없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FBI 요원 디에고 로드리게스는 “내부 정보를 미리 빼돌리는 고전적 증권사기에 해킹이라는 최신 수법을 적용한 범죄”라고 거들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도자료 배포 대행업체들의 사이버 보안 수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기단은 뉴스 배포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이들의 개인정보를 피싱으로 확보하는 수법으로 보도자료를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전직 연방 검사 매슈 슈워츠는 “홍보대행업체뿐만 아니라 법률사무소에 정보를 보낼 때도 해킹 우려가 없는지부터 미리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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