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차량을 해킹해 차량의 각종 기능을 제어하는 데 성공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모바일 기기에 의한 차량 해킹에 대한 우려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향후 커넥티드카(인터넷 활용해 외부와 소통하는 차량) 시장 확대와 자율주행차 도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미국의 주요 IT매체들에 따르면 스테판 새비지 캘리포니아대 교수 연구진이 차량정보수집 단말기(OBD2)가 장착된 쉐보레의 콜벳 승용차를 해킹해 차량 일부 기능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진은 스마트폰으로 차량 브레이크를 작동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이 단말기는 보험회사나 차량 리스회사에서 차량 운행정보를 파악하는 데 주로 쓰이지만, 연구진은 이 단말기를 외부에서 조작해 휴대전화로 차량의 브레이크를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새비지 교수는 “이런 단말기가 차량을 외부에서 조작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달에는 IT전문가들이 노트북으로 지프 승용차의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작동하는 시범을 보였다. 또 크라이슬러 닷지 등 일부 차량은 해킹에 노출돼 운행 도중 카오디오가 저절로 켜지거나 알람 와이퍼 등이 제멋대로 작동하는 사례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국 자동차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는 미국 내에서 판매된 승용차 140만대에 대한 자발적인 리콜을 실시했다. 해킹 위험에 노출됐다는 이유로 리콜이 실시되기는 처음이었다.
일각에서는 세계적으로 히트한 ‘와치독’ 게임에서 범죄자가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해킹한 것이 현실에서 그대로 실현된 셈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문제는 해킹에 노출될 수 있는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각종 전자장비가 갈수록 많은 차량에 탑재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한 조사매체에 따르면 랜드로버의 2010년형 레인지로버의 경우 41개 모바일 전자장비가 장착이 됐다. 2014년형 포드 퓨전은 52개의 장비가 탑재됐고 2014년형 인피니티 Q50과 토요타 프리우스는 각각 34개와 40개의 인터넷 연결 장비를 갖고 있다.
이번에 새비지 교수가 스마트폰으로 해킹에 성공한 차량도 보험회사나 리스회사가 차량 운행정보를 파악하는 단말기를 장착하고 있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의 리콜 대상 차량은 역시 제조업체가 자체 개발한 차량용 무선시스템인 ‘U-커넥트’를 탑재한 승용차였다. 이같은 무선단말기를 장착한 차량은 장비 특성에 따라 핸들 액셀러레이터 브레이크 전조등 방향지시등 와이퍼 도어록 카오디오 등을 원격 조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해킹 우려가 확산되면서 차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른바 커넥티드카 시장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커넥티드카는 차량을 인터넷에 연결해 보다 편리한 운전과 카-엔터테인먼트를 가능하게 한 미래형 차량이다.
또 주요 차 메이커와 대형 IT업체가 개발에 나서고 있는 자율주행차 도입에도 장애가 될 전망이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지만 해킹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를 운전자와 통신업체, 차량 제조사 등 누구에게 두느냐 등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해킹을 통해 자율주행차가 범죄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면서 자율주행차가 실생활에 도입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과 진통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보안업체들은 새로운 시장이 생길 수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차량 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 시대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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