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24년’ 한인 사업가, 딸 살인 누명 벗었다

불을 질러 친딸을 살해한 혐의로 24년 동안 미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재미교포가 마침내 ‘확실한’ 자유를 찾았다. 억울함을 호소하며 제기한 항소심에서 결국 무죄를 인정받으면서 누명을 벗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미 연방 고등법원은 살인 혐의를 받고 있던 재미교포 이현탁 씨(80)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작년 8월 이 씨를 보석으로 석방시킨 지방법원 치안판사의 결정이 옳았다는 판정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 처리한 것이다.
이 씨는 지난 1989년 7월 미 펜실베이니아 주에 위치한 교회 수양관에 불을 질러 자신의 20세 딸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방화 살인 혐의로 기소돼 1990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 씨는 그 후 2014년까지 무려 24년 간 펜실베이니아 주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보냈다.
그 후 화재 감식 기법이 발달하며 사건에 전환점이 찾아왔다. 기존 화재 감식법에 잘못이 있었음이 밝혀지면서 미국 내 방화 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실시된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 내 방화사건 50여 건에 대한 판결이 뒤집혔다. 지난 2013년 이 씨도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며 항소를 신청했고 미 연방 항소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사건을 심리해 왔다.
결국 이 씨도 작년 8월 보석 석방 결정을 받으며 교도소에서 풀려나게 됐다. 당시 보석 결정을 내린 마틴 칼슨 치안판사는 “이 씨의 방화를 증명하기 위해 사용됐던 모든 기술적 증거들은 사실 잘못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고 석방 이유를 설명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사건 당시 이 씨가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딸에게 화를 내고 있었고, 딸이 죽은 뒤에도 무덤덤한 반응만을 보였다는 정황을 들어 유죄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당시 뉴욕에 거주하던 이 씨는 딸에게 악마가 씌었으니 치료해야 한다는 목사의 권유에 따라 딸을 교회 수양관으로 보냈다. 화재 발생 전날 성직자들이 딸을 데리고 악마를 쫓아내는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문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