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과 사우디아라비아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내달 초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양국이 오랜 우방관계에도 최근 이란 핵 문제와 석유패권 등을 놓고 벌여온 갈등구도가 풀릴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60여년 동안 사우디는 중동 내 대표적인 미국 우방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주도한 이란 핵협상이 사우디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론 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와 미국 셰일업계 간 힘겨루기도 전개 중이다. 셰일가스가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내달 4일 양국 정상회담 사실을 전하며 “사우디 국왕의 방미는 양국 간 전략적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시리아와 예멘 사태는 물론, 이란의 지역 불안정 야기 행위에 대한 대책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 취임한 살만 국왕이 미국을 찾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은 중동 지역 안보 뿐만 아니라 저유가 등 각종 글로벌 이슈와 관련된 광범위한 대화를 나눌 전망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은 이란 핵협상 결과에 대한 미 의회 심의·의결을 앞두고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는 시아파 대표주자인 이란이 경제 회복을 바탕으로 중동 내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살만 국왕은 지난 5월 13∼14일 미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이란 핵협상 관련 ‘걸프국 초청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외교가에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협상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사우디 외무장관과 국방장관이 잇따라 러시아를 방문하며 ‘탈미(脫美) 외교’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사우디는 또 미 셰일업체를 고사시키고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저유가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유가 급락세가 이어지던 지난해 11월 산유량을 하루 1060만 배럴로 오히려 늘렸다. 석유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 미 셰일가스업체 버티지 못하고 고사할 것이라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유가 하락이 장기화하며 사우디는 오히려 부메랑을 맞고 있다. 늘어난 재정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8년 만에 처음 국채를 발행한 데 이어 외환보유액도 확연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사우디의 석유 증산이 미국 셰일산업 목 조르기를 위한 것이었다면 매우 잘못 판단한 것”이라며 “셰일업체 위협을 과소 평가한 데 이은 또다른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사우디는 생산 석유의 70%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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