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갓길에 버려진 냉장차에서 시리아 난민 71명 시신이 부패한 채 발견돼 유럽에 큰 충격을 던져줬다. 이어 29일에는 오스트리아 경찰이 소형 트럭을 단속하다가 짐칸에서 탈진해 중태에 빠진 어린이 3명을 발견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트럭 짐칸에는 어린이를 포함해 26명의 난민이 입추의 여지없이 타고 있었다. 오스트리아 APA통신은 이들 난민이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에서 왔다고 보도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이 더운 날씨 속에 짐칸에 실려 탈진한 채 현기증을 호소했다”며 “오스트리아에서는 날씨가 이럴 때는 짐승도 짐칸에 안 태운다”고 개탄했다. 경찰은 밀입국 알선 조직 일원으로 추정되는 루마니아 출신 운전사를 체포해 조사중이다.
이처럼 비극적인 일이 오스트리아에서 연달아 발생한 이유는 뭘까. 이는 그리스를 통해 들어온 중동 난민들이 서유럽으로 가는 길목에 헝가리와 오스트리아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난민들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리비아 튀니지 해안에서 뗏목을 타고 이탈리아로 들어가는 ‘중부 지중해 루트’다. 다른 하나는 터키에서 육로와 바다로 그리스로 들어가는 ‘동부 지중해 루트’다. 중부 지중해 루트는 바로 서유럽으로 갈 수 있지만 바다를 건너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최근에는 동부 지중해루트로 많은 난민들이 몰리고 있다.
그리스는 중동 난민들의 최종적인 목적지가 아니다. 일자리가 풍부한 선진국인 영국이나 독일로 가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일단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들은 발칸반도의 마케도니아, 코소보, 세르비아 등을 거쳐 헝가리로 향한다. 헝가리를 넘으면 바로 서유럽 선진국인 오스트리아에 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헝가리에는 이들 난민을 유럽에 밀입국 시켜주는 브로커들이 가득하다. 이번에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냉장차는 헝가리 국경과 인접한 곳에서
헝가리는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들을 막기가 어려워 남부 세르비아 국경과 175km에 달하는 철조망 장벽을 만들기 시작해 공사를 이달 완공했다. 헝가리 당국은 국경에 배치된 경찰관 숫자를 1000명에서 3000명으로 증강할 예정이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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