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곧 폭락할 것이란 내용의 전망 기사를 게재한 중국 경제지 기자가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체포된 뒤 중국 정부의 외압에 못 이겨 TV 방송에서 ‘고해성사’까지 한 것을 두고 중국 안팎에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한 개인을 증시 폭락의 희생양으로 삼고, 언론 통제까지 나선 중국 당국에 대해 거센 반감이 표출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중국 최대 경제 매체인 재경(財經)의 주간잡지 소속 왕샤오루 기자의 체포 소식을 전했다. 중국 공안은 지난달 25일 왕 기자를 유언비언 유포 혐의로 잡아들였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20일 발행된 잡지에 게재된 왕 기자의 기사였다. 그는 ‘중국 증권감독위윈회(증감회)가 시장 안정화 자금의 출구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증감회는 잡지 발행 당일 곧바로 기사를 부인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증감회는 “왕 기자가 객관적인 근거없이 소문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다고 본인이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한달뒤 증감회는 시장이 안정화 조짐을 보이자 시장에서 발을 빼는 모양세를 취했고 위안화 평가절하 쇼크까지 겹치면서 중국증시는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 당국의 조치는 체포에 그치지 않았다. 왕 기자는 지난달 31일 중국 중앙(CC) TV에 출연해 “주가가 출렁이는 민감한 시기에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기사를 내보내지 말았어야 했다”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유명세를 얻기 위해 기사를 내보냈고,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손실을 안긴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왕 기자가 고해성사에 나선 방송 내내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왕 기자의 공개사과에 대해 “이번 사건은 중국 당국이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중국 체제, 정치사상 등이 주된 검열 대상이었으나 이제는 중국 당국이 시장(마켓)과 관련된 보도도 민감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중국 공산당 내부문서를 유출한 언론인 가오유를
한편 지난 7월 유출된 중국 정부의 대(對) 언론 지령에는 ‘시장에 대한 추측·분석기사를 쓰지 말 것. 슬럼프, 폭락, 추락 등의 단어를 사용하지 말 것’ 등과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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