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달 말 UN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할 때 역대 미국 대통령이 전통적으로 이용해온 뉴욕 숙소인 월도프 아스토리아를 떠나 롯데그룹 소유의 뉴욕팰리스 호텔에 묵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숙소는 공간과 비용, 안보 상의 문제 등 많은 것을 고려해 결정한다”며 “월도프 아스토리아 대신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 투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 주최로 이달 28일 각국 정상들과 고위 인사들을 초청하는 행사도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서 열린다.
백악관이 뉴욕의 대통령 숙소를 바꾼 결정적인 이유는 월도프 아스토리아가 당초 힐튼 계열에 속했으나 지난해 10월 중국 안방보험이 인수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굳이 중국 기업이 소유한 호텔에 묵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중국 기업에 인수된 월도프 아스토리아에 묵을 경우 대통령과 관련한 각종 정보가 중국 측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월도프 아스토리아는 역대 미국 대통령이 주로 이용한 숙소였으나 이번 UN총회 시기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용한다. 푸틴 대통령은 10년만에 첫 UN총회 참석이며 시 주석은 집권 후 첫 뉴욕 방문이다. 이들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월도프 아스토리아에 묵는다는 점도 오바마 대통령이 다른 숙소를 택하게 된 계기가 됐다.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은 롯데호텔이 지난 해 5월 8억500만 달러를 들여 뉴욕팰리스를 인수한 후 이름을 롯데 뉴욕팰리스로 바꿨다.
월도프 아스토리아는 1931년 개관한 유서깊은 호텔로 1929년 취임한 허버트 후버 대통령 이후 84년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UN총회가 열릴 때마다 주로 투숙해왔다. 후버 대통령은 퇴임 후 이곳을 거처로 활용했으며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은
1947년 이후 UN주재 미국 대사 대부분이 이 호텔 42층 펜트하우스 아파트를 사저로 활용했으며 현 서맨사 파워 대사도 이곳에 머물고 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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