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본을 따돌리고 인도네시아 고속철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막강한 자금력과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향후 인도 동남아 미국 등지에서도 고속철 수주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전망이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한 소피안 잘릴 국가개발계획장관은 지난달 29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 만나 고속철 건설계획에 대해 “중국의 제안을 환영하고 싶다”며 일본측에 양해를 구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달 초순 중국과 일본이 치열하게 경합해온 자카르타-반둥 간 150㎞ 고속철 건설 계획을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백지화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중국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재정 부담과 채무 보증 없이 고속철을 건설하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 고속철은 중국이 해외에서 처음 수주한 고속철 건설 사업으로, 앞으로 중국산 고속철의 ‘저우추취’(走出去: 해외진출)를 가속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주 중국 업체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 인도 뉴델리-뭄바이 간 1200㎞ 고속철 건설 사업의 타당성 연구용역을 따냈다. 미국에서도 지난달 중국과 미국이 합자회사를 설립해 LA-라스베이거스 370km 구간에 고속철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고속철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한 것은 지난 6~7년간의 집중투자 이후 건설과 운영 노하우가 쌓인 덕분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정부는 4조위안(약 730조원)에 달하는 부양책을 실시했는데, 이 가운데 고속철 건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최근 몇년간 중국 전역이 고속철망으로 촘촘하게 연결됐다. 현재 운행중인 노선은 1만6000km로 압도적인 세계 1위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250만명에 달한다.
가격경쟁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인도네시아 고속철 수주전에서도 중국이 제시한 건설비용은 일본과 비교해 절반 이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원전과 함께 고속철을 핵심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 시진핑 정부는 물밑지원을 아끼지않고 있다. 올 들어 중국 양대 고속철 제작업체인 북차와 남차를 합병, 중차(中車)를 출범시킨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해외시장에서 저가 입찰경쟁을 지양하고 연구개발비 중복을 피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주도로 합병시킨 것이다.
고속철 사업은 또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의 중심축이다. 중국은 인접한 동남아와 중앙아, 유럽까지 고속철로 연결해 21세기 실크로드를 구현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동남아 고속철이다. 중국 정부는 라오스-태국-싱가포르로 이어지는 종단 노선과 미얀마-캄보디아-베트남으로 이어지는 순환 노선을 추진하고 있다. 두 사업 모두 기착지는 중국 서남부의 ‘일대일로’ 거점도시 쿤밍이다.
이 가운데 종단 노선은 사업이 구체화되고 있다. 중국은 쿤밍에서 출발해 라오스 국경지대와 태국 남부해안을 잇는 734㎞ 구간 고속철 건설에 약 11조원을 투자하기로 이미 지난해 말 태국 정부와 협의를 마친 상황이다. 아직 라오스 정부와 정식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는 않았으나 중국업체가 중국-라오스 접경지역 루앙 남따와 태국-라오스 국경지역 농카이를 연결하는 철도 건설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중국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정슬기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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