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일 개각을 단행했다.
경제·외교 핵심 포스트 장관을 모두 유임시켜 ‘안정’을 꾀하면서 보수우익성향의 측근들을 내각에 불러들여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특히 역사 문제에 관련해 망언을 일삼던 측근을 정부 대변인 보좌격인 관방부장관에 임명해 향후 한일 관계 불씨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19명의 각료 중 10명을 바꾸는 개각을 단행했다. 작년 9월 이후 1년 만의 개각이다.
숫자로 보면 절반 이상이 바뀐 대대적인 개각이지만 핵심 포스트는 전부 유임시켜 실질적인 변화는 최소화했다.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경제 우선’을 내걸고 안전운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경제정책 총괄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을 이끌어낸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생상, 시오자키 야스히사 후생노동상 등 경제정책 핵심을 맡고 있는 각료가 모두 유임됐다. 외교현안이 산적해있는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역시 안전보장법제 국회통과 이후 자위대 전력강화 등 후속조치를 맡아야 할 나카타니 겐 방위상도 유임됐다.
아베 총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이시바 시게루 지방창생담당상은 퇴임을 하고 싶다는 본인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유임이 결정됐다. 작년 9월 아베 총리는 자민당 총재직 잠재 경쟁자인 이시바 당시 자민당 간사장의 손발을 묶기 위해 내각에 불러들인 바 있다. 아울러 다카이치 사나에 총무상과 엔도 도시아키 올림픽 담당상 등도 유임됐다.
내각 핵심 포스트 뿐만 아니라 자민당 요직을 모두 유임시킨 것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지난해에는 자민당 간부 인사도 대대적으로 단행했었다. 아베 총리는 개각에 앞서 단행한 자민당 인사에서 간사장 총무회장 정무조사회장 등 당 3역과 함께 부총재와 선거대책위원장까지 모두 유임시켰다.
핵심 포트스는 대부분 유임시켰지만 보수우익성향의 측근들을 각료로 불러들여 ‘아베 1강’ 체제를 더욱 강화했다. 10명의 신임각료 중 9명이 이번에 처음으로 각료에 임명됐을 만큼 신인을 대거 기용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파동으로 사임을 표명했던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 후임에는 프로레슬러 출신의 하세 히로시 중의원을 임명했다. 하세 문부과학상은 군 위안부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으며, 극우성향의 역사교과서를 높이 평가하는 등 대표적인 보수우익성향의 인물로 분류된다. 독도영유권 주장, 침략 역사 희석화 등 아베 정권의 역사·영토 인식을 주입하는 데 주력해온 전임 시모무라 문부과학상의 교육정책이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오키나와·북방영토담당상에 임명된 시마지리 아이코 참의원(여성)은 2013년 2월 내각부 정무관 자격으로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날’ 행사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작년 9월 개각 때는 역대 최대수준인 5명의 여성 각료를 임명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지지율을 크게 끌어올렸지만 이번 개각에서 여성각료는 3명에 불과했다. 작년 9월 개각 이후 여성각료들이 정치자금 문제로 잇따라 낙마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가토 가쓰노부 관방부장관은 인구 1억명을 사수하자는 목표로 이번에 신설된 ‘1억 총 활약 담당상’에 임명됐다.
19명의 각료 인사보다 더 주목을 끄는 것은 관방부장관에 임명된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총재특별보좌다. 하기우다 특별보좌는 가토 관방부장관과 함께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문화예술간담회 소속이다.
하기우다 신임 관방부장관은 보수우익세력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숱한 망언을 일삼아온 인물이다. 올해 2월에 “일본에는 전범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국제사회의 반발을 불러왔고, 지난 8울 아베 담화에 반성표현을 넣을 것을 주장하는 주변국 요구에 “카피(복사)해 쓰는 것도 가능하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고노담화(식민지 지배 침략 반성) 역할은 끝났다는 주장도 내놨다. 최근에는 중국 전승절 행사를 참석한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비판하며 “한국은 UN사무총장을 맡을 나라가 아니었다”고 망언
하기우다 특별보좌가 망언을 할 때마다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취지로 일본 정부는 진화를 해왔다. 하지만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보좌해 정부 공식 견해를 밝히는 관방부장관에 그가 임명되면서 한일 관계에 악영향이 미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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