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치있고 뼈있는 농담으로 미국 공화당과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를 교묘히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 후원행사에서 특별출연한 흑인 래퍼 칸예 웨스트를 향해 “출마하신다던데”라고 운을 뗀 후 “하원 의장? 거기 아무나 안받아줍니다”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칸예 웨스트는 미국의 인기 힙합 프로듀서 겸 래퍼인데 지난 8월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서 느닷없이 2020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하원 의장직을 거론한 것은 최근 공화당이 하원 의장 경선을 앞두고 겪고 있는 내홍을 비판한 것이다.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이 당내 비판이 고조되면서 사퇴를 선언했고 이어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가 선두에 나섰으나 ‘벵가지 특위’ 말실수로 낙마한 후 공화당이 구인난을 겪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출마자들에게 해 줄 몇 가지 조언이 있다”며 “TV 리얼리티 쇼에 나온 것처럼 행동하는 특이한 사람들을 잘 상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일차적으로는 웨스트가 ‘4차원 가족 카다시안 따라잡기’로 유명해진 TV 리얼리티쇼 스타 킴 카다시안과 결혼한 것을 언급한 것이지만 한번 더 생각하면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 진행자로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웨스트의 앨범 제목이 ‘마이 뷰티풀 다크 트위스티드 판타지(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라는 점에 착안해 “아름답고 어두운 뒤틀린 환상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정치를 하려면 그런 건 오프로 해야 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어둡다는 뜻의 ‘다크(Dark)’는 흑인을 지칭하기도 하고, 미국 하원을 비하할 때 쓰이는 용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이 나라 사람들이 시카고 남부 출신의 희한한 이름을 가진 흑인을 대통령으로 뽑아줄 거라고 생각하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본 연설에서 기후변화 대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공화당을 비판했으며 총기규제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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